현금 없는 사회에 ATM '증발'…"화폐유통 시스템 약화 우려"

한은 "비은행 ATM 업체 경영난 가중" "은행 ATM, 비금융과 공동운영" 제안

2025-11-12     최재원 기자
은행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현금 없는 사회’로 접어들며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업체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국민들의 현금 접근성이 저하되고 있다고 우려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12일 한국은행과 한국조폐공사 등 24개 기관은 지난 8일 한은 본관에서 ‘화폐유통시스템 유관기관협의회’를 개최했다. 화폐유통시스템은 현금의 공급‧유통 및 보관 사업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협의회에는 한은과 한국조폐공사‧국민은행‧신한은행과 현금수송업체인 로지시스와 비금융 ATM 운영업체인 효성티앤에스‧코리아세븐, 소매유통업체인 신세계와 이마트 등이 포함됐다. 이번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최근 화폐 수급 동향 및 주요 특징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10월 순발행된 은행권은 모두 9조4000억원으로,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전 평균 수준(2013∼2019년 평균 10조1000억원)에 근접했다. 한은은 최근 은행권 수요가 늘어난 배경에 대해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예비용 또는 가치저장 목적의 화폐 수요가 늘어난 데다 외국인 관광객도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현금 사용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비(非)금융 ATM 운영업체를 비롯한 화폐유통시스템 참가 기관의 경영 악화가 문제로 거론됐다. 일부 참석자는 ATM 이용 건수 감소, 임금·물가 상승에 따른 운영비용 증가 등으로 비금융 ATM 운영업체들의 경영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진단했다. 또한 시중은행이 자체 운영하는 ATM 일부를 비금융 ATM 운영업체와 제휴를 통해 공동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이를 통해 비금융 ATM 운영업체는 시중은행 ATM과의 경쟁이 줄어들어 수익이 증가하고 시중은행은 ATM 관리부담이 경감되어 경영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부 참석자들은 비금융 ATM 운영업체와의 제휴가 확대되면서 시중은행의 ATM이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이외에도 비현금지급수단의 사용 활성화에도 고령층 등 현금 사용을 선호하는 고정 수요층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기원 한은 발권국장은 “최근 현금사용이 감소하면서 화폐유통시스템 참가기관들의 경영여건이 악화되고 국민들의 현금 접근성이 저하되는 등 화폐유통시스템 약화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화폐유통시스템은 한 번 훼손될 경우 이를 다시 복구하는 데 많은 비용과 노력이 소요될 수 있으므로 화폐유통시스템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 참가기관들이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