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택을 위한 질문, 당신의 도덕적 기반은 무엇인가요?
2025-11-13 성동규 기자
매일일보 = 성동규 기자 |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개인적인 결정부터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입장 표명까지, 우리의 선택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규정한다. 그런데 이런 선택의 근거는 과연 무엇일까?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우리의 도덕적 판단과 선택이 여섯 가지 기본적인 '도덕 기반'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배려/피해, 공평성/부정, 충성심/배신, 권위/전복, 고귀함/추함, 자유/압제 등이다. 이러한 도덕 기반들은 우리 사회의 주요 갈등 사안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최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과 관련한 특검법을 둘러싼 논쟁을 예로 들어보자. 진보 진영은 주로 '공평성/부정' 기반에 근거해 주장을 펼친다. 이들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가치와 금융시스템의 근간인 신뢰 훼손을 비판하며 권력층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요구한다. 반대로 보수 진영은 '권위/전복'이나 '충성심/배신'을 기반으로 현 정권을 우선시한다. 국정 운영의 안정성이 현저하게 낮아짐은 물론이고 특검이 진보 진영의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다. 양측 모두 자신의 입장이 '옳다'고 믿는다. '틀린' 쪽은 없는 셈이다. 각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도덕 기반이 달라 같은 사실을 두고도 전혀 다른 해석과 판단을 내리는 것일 뿐이다. 이러한 이해는 우리 사회의 분열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나의 직관적 판단이 절대적 진리가 아니며 다양한 도덕 기반이 존재함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정치 진영의 떠나 서로의 도덕 기반을 이해하고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고 보다 선진적인 금융시장을 만들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로 보인다. 한발 먼저 물러선 건 야당이다.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 계약 개입 의혹,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개입 의혹 등은 제외하고 수사 대상을 추렸다. 또 여당에서 주장하던 '제삼자 추천' 방식을 받아들였다. 여당이 결국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이번 선택은 단순히 정치적 유불리에 대한 판단을 넘어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중시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라는 것을 곱씹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