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반이민정서 확산에 현지 체류자들도 속앓이

비자 연장 절차·기간 강화 가능성 높아 자국민 일자리 보호···반이민 정서 우려

2025-11-13     이혜경 기자

매일일보 = 이혜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반이민 정책 추진으로 현지 체류자들도 비상이 걸렸다. 비자 발행 요건이 대폭 강화될 것은 물론 기존 비자 획득자들도 연장 절차가 엄격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1일 지난 1기 행정부에서 이민관세단속국 국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호먼을 2기 행정부에서도 ‘국경 차르’로 합류할 것이라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직접 밝혔다. 호먼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반이민 정책의 선봉장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국경 차르의 직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지난 1기 집권 때보다 더욱 강력한 반이민 정책이 예고되면서 비자 발급 장벽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미국에서 취업하고 싶어도 비자 취득이 어려운 한국인 유학생과 비자 연장에 제한이 걸릴 체류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 학업이나 취업을 중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체류자들도 늘 것으로 보인다. 전문 지식을 가진 외국인에게 발급하는 취업 비자 H-1B 신청자 수는 2024년 기준 75만9000여명으로 발급 정원보다 8배 이상 몰렸다. 미국은 현재 연간 학사 6만5000개, 석사 2만개로 제한을 두고 있으며 한국인 비율이 낮은 데다 추첨제로 인해 취득이 어렵다. 문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H-1B의 취득과 연장 문턱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지난 1기 집권 당시 비자 영사관 인터뷰 면제 프로그램을 중단했으며 이로 인해 비자 갱신 거부율이 높아진 바 있다. 또한 사실상 무기한 연장이 가능했던 유학생 비자 F-1도 최장 4년으로 제한하는 방법을 추진했다. 입증 자료가 더 필요하다며 추가 서류를 요구하는 일도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반이민 정책으로 비자 연장 절차 강화뿐 아니라 체류자들에 대한 반정서가 형성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이민전문컨설팅업계 관계자는 “현지 체류자들에게는 트럼프의 당선이 반갑지는 않은 분위기다. 반이민 정책으로 비자 획득의 어려움에 대한 불안감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자국민의 일자리를 지키는 것을 중요시하기에 현지 체류자들에 대한 반정서를 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해외이주협회 관계자는 “비자연장절차 강화로 신청 시간이 지연될 경우 체류 기간에 차질이 생기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자국민의 일자리가 보호되지 않을 경우 체류자에 대한 불만이 일부 표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