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한화생명이 한화글로벌에셋으로부터 한화저축은행 지분 100%를 인수했다. 한화저축은행 주식 6160만주를 1785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것.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 승인 등을 고려하면 연내에는 거래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거래에 대해서는 보험과 저축은행권이 느끼는 체감이 다르다. 우선 보험권은 큰 의미가 없다. 금융 계열사가 하나 더 생기는 것 외에는 어떠한 의미도 찾아볼 수 없다. 한화생명의 영업망 확대와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경영권 승계가 거론됐지만 해당 부분에 대해서 영향이 일명 ’1도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 한화저축은행 인수로 한화생명의 영업망 확대가 기대될 수 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이야기이지만 한화저축은행을 통해 방카슈랑스 채널을 확대하는 것보다 자사형 GA(독립법인대리점)을 확대하는 것이 훨씬 영업망이 확대될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도 부천을 연고로 하는 지점 2개의 저축은행을 통해서 어떤 부분까지 영업망이 늘어날지 모르겠다.
김동원 사장의 경영 승계도 마찬가지다. 이미 한화그룹은 지난 2022년 발표한 ’(주)한화-한화에로스페이스-한화생명‘을 중심으로 한 사업 재편을 시작으로 오너 3세들의 경영 방향을 설정했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대표되는 방산·태양광을 지휘하고, 김동원 사장은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 부문, 김동선 부사장은 유통 등 미래 비전을 담당하기로 2년 전부터 결정된 상황이다. 즉, 한화저축은행 인수는 김동원 사장의 경영 승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런 배경을 고려할 때 이번 거래를 가지고 김동원 사장을 거론하는 것은 ’침소봉대‘라는 시선이 적지 않다.
보험권 한 관계자는 “한화생명이 한화저축은행 인수가 발표된 이후 영업망 확대와 김동원 사장이 거론되기 시작했다”며 “국내 생보업계 2위인 한화생명이 영업점 2개인 한화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영업망을 확대한다는 이유와 김동원 사장의 경영권 승계에 도움이된다는 것은 한화생명 측에서도 당황스러운 이유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저축은행권은 해당 딜이 매우 안타깝다. M&A 시장에서 저축은행들의 낮은 경쟁력을 방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화저축은행은 저축은행권에서 보기 드물게 흑자를 기록한 곳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도 다른 저축은행들에 비해서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저축은행은 매각이 이뤄지지 않았다. 공식화되지 않았지만 한화저축은행은 상상인저축은행과 마찬가지로 M&A 매물로 거론돼왔던 곳이다. 나쁘지 않은 실적에도 M&A가 이뤄지지 않고, 모그룹에서 대주주만 변경된 것은 사실상 ’매각‘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저축은행권 한 관계자는 “애큐온저축은행 이후 저축은행이 새주인을 찾은 경우는 없다”라며 “올해도 저축은행 인수에 적극 나섰던 여러 기업들의 인수 포기 선언이 이어질 만큼 저축은행들은 M&A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한화생명의 한화저축은행 지분 인수는 M&A 시장에서 ’저축은행의 자리가 없다‘고 해석할 수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역시 M&A 시장에서 저축은행은 매각되지 않는다‘라는 것을 재확인하는 안타까운 사례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