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트럼프 날개' 달고 쾌속 순항
美 조선업 쇠퇴…높은 인건비·설비 노후화 선박 건조·수리 역량 뛰어난 韓과 협력 확대 '화석연료' 트럼프 2기, LNG·유조선 수요도 증가
2025-11-13 서영준 기자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연이은 수주 낭보로 슈퍼사이클(초호황기) 파도에 올라탄 국내 조선업계가 트럼프 당선인이 직접 한·미 조선업 협력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미국 시장 진출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조선업은 높은 인건비와 설비 노후화 문제로 그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클락슨 리서치 및 신영증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 세계 발주 물량 1910척 중 미국이 수주한 선박은 2척에 불과했다. 선박 건조량도 5척(4만1054CGT)에 그쳤다. 미국은 특히 중국과 해군력 증강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전함 보유대수가 중국에 뒤처진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전략연구소에 따르면 미해군의 운영 전함대수는 219척, 중국의 전함 운영대수는 234척(무장 소형 순찰선 미포함)이다. 당장 미국 내 조선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없는 상황에서 선박 건조, 수리 역량이 뛰어난 동맹국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과 조선업 협력 필요성을 강조한 배경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세계적인 한국의 군함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 선박 수출뿐 아니라 보수·수리·정비 분야에서도 긴밀한 양국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도 지난달 28일 "선박 건조 전문 성과, 중국 밖에서 대규모로 건조할 능력은 일본과 한국에 있다"며 "그들이 우리와 의미 있는 방식으로 협력하게 하는 것 외에는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 단기적으로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년 1월 출범하면 트럼프 당선인과 왈츠 의원의 이러한 구상이 적극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조선업계는 그동안 공들인 미 MRO 사업 진출이 더욱 탄력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한화오션의 경우 지난 8월 국내 조선소 최초로 미 해군 군수지원함 MRO 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최근 미 해군 급유함의 정기수리 사업을 수주했다. 지난 6월에는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현지 조선소를 인수하며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HD현대 역시 미국 함정의 MRO 사업을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확보한 상황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수주 경쟁에 뛰어들 예정이다. 함정 분야 외에도 유조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요 증가도 예상된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녹색 정책에 따라 신규 LNG 수출 프로젝트 허가를 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원유, LNG 운송량 증가로 한국 조선사들의 유조선, LNG운반선 수주 증가세를 기대할 수 있다. 삼정KPMG는 "향후 화석 연료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 변화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돼 LNG·액화석유가스(LPG) 수요·수출이 증가할 전망이다"며 "이로 인해 친환경 에너지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로 여겨지는 브릿지 에너지(Bridge Energy) 운반선 건조에 강점을 지닌 한국 조선산업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정KPMG는 LNG 해상 물동량 수요가 2021년 3억8000만톤에서 2025년 4억4100만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LNG 수출량은 6900만t에서 1억200만t으로 상승을 예상했다. LPG 해상 물동량 역시 1억1300만톤에서 1억3800만톤으로, 미국의 LPG 수출량이 5000만톤에서 6500만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