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전공의 화해 물꼬… 박형욱 신임 비대위원장 역할론 급부상

전공의 72명, 박형욱 부회장 공개 지지 선언 의협-전공의협 ‘의대증원 백지화’로 대동단결… 정부 대응 강화 예상

2025-11-14     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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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이용 기자  |  대한의사협회가 임현택 전회장 탄핵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는 가운데, 새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선출됐다.

14일 의협에 따르면, 이날 진행된 비대위원장 선거에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득표율 52.79%)를 박형욱 부회장이 획득, 과반 수 이상 표를 확보해 당선이 결정됐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 회장 71표(30.47%)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 35표(15.02%)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 회장이 4표(1.72)로 나타났다. 선거권이 있는 의협 대의원은 총 244명이며, 투표율은 95.49%로 집계됐다. 압보적인 득표로 비대위원장에 오른 박 부회장은 내년에 치러질 차기 회장 선거 전까지 의협 비대위의 방향성을 결정하게 된다. 박 위원장이 과반수 이상 득표를 할 수 있었던 주요 원인으론, 젊은 의사들의 처우 개선에 일찍부터 목소리를 냈던 덕이 컸단 분석이 나온다. 실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전공의 대표들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박형욱 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한다며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박단 비대위원장은 "박형욱 교수는 신뢰를 바탕으로 젊은 의사들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각 병원 전공의 대표 72명이 해당 의견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표했다"고 말했다. 현행 의정갈등과 의료공백의 주요 원인은 의대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행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협이든 정부든, 전공의들을 설득하지 않는 이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러나 임현택 전임 의협 회장은 의료계의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에서 전공의 단체와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었다. 앞서 지난 6월 의협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등 의대 교수 단체는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에서도 전공의의 자리를 마련했으나, 박단 위원장은 참여 거부 뜻을 밝힌 바 있다. 박단 위원장은 이전에도 의협의 대표성을 문제삼고, 의대교수 및 수련병원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여러차례 드러냈다. 지난 4월 진행된 의료계 합동 브리핑에 대해, 박단 위원장은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당시 임현택 전임회장은 "의협이 전공의 문제에 신경 끄고 손 뗄까요? 그거 바란다면 의협도 더 이상 개입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반박해 두 집단 간 신경전이 커졌던 사례도 있었다. 임 전임회장이 경질되고 박형욱 부회장이 의협의 방향성을 주도하게 되면서, 드디어 전공의들과의 소통 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형욱 부회장은 전날 취임사를 통해 "비대위 운영에서 그동안 소외돼 온 전공의와 의대생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겠다"며 전공의들의 의협 활동 참여를 강조했다. 특히 비대위 운영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위원장의 독단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구성될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의협 대의원회는 오는 16일 운영위를 열어 집행부와의 관계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다만 전공의와 의협의 기존 방침은 여전히 ‘의대증원 백지화’다. 두 집단이 힘을 함칠 경우 정부 입장에선 의정협의체 참여 유도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박형욱 부회장은 의학 뿐 아니라 법, 행정, 교육 등 다양한 전문성을 지녀 정부를 향해 구체적인 의료계 측 의견을 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사법시험에도 합격해 변호사로도 활동했으며,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엔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냈다. 현재는 단국대 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올해 2월 의정갈등이 시작되기 전, 20회 이상 개최된 의료현안협의체에 참여해 의료계를 대변해 왔다. 박형욱 부회장은 "정부의 태도에 근본적 변화가 없어 현 '의료농단' 사태는 급격히 해결되기 어렵다"며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 놨고,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먼저 이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 선거로 뽑힐 차기 의협 회장의 행보가 박형욱 체제 비대위와 다를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차기 의협 회장 선거 1차 투표는 내년 1월 2일부터 4일까지 사흘간 치러진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다득표자 2명을 두고 같은 달 7∼8일 결선 투표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