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R&D 투자로 대기업 성장…기술경쟁력·인력 확보돼야
중견기업 R&D 투자액 97.66% 증가…매출액·수출 확대에 도움 기술경쟁력·전문인력 부족 호소…노동 유연성·경영권 강화도 필요
2025-11-14 오시내 기자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기술경쟁력과 전문인력 확보가 중견기업의 연구개발(R&D) 확대를 위한 핵심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14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발표한 지난해 1000대 기업의 R&D 투자 현황에 따르면, 중견기업의 R&D 투자액 증가율이 2014년 대비 97.66%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76.22%)과 중소기업(60.64%)을 크게 앞섰다. R&D투자규모와 기술수준 등 기술혁신은 중견기업의 매출액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 R&D에 참여한 중견기업에 대한 정부 출연금 10억원 당 기술기여매출액(내수)은 대기업의 2억1400만원보다 2배가량인 높은 4억9100억원이다. 특허 성과 역시 2.38건으로 대기업 다음으로 높다. R&D 투자를 통한 고유기술 개발은 수출 확대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다수의 조사에 따르면, 수출 중견기업은 내수 중견기업에 비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 및 투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조업 중견기업의 경우 전산업 대비 R&D투자에 적극적이다. 제조업 중견기업의 평균 R&D투자는 전산업 평균 106억원보다 97억원 높은 203억원으로 1.91배 많았다. 이중 자동차, 컴퓨터, 가전 등 주력제조업의 평균 R&D투자액은 231억원으로 전산업 평균보다 125억원이 높고, 제조업 평균보다도 28억원이 높았다. 반면, 중견기업의 R&D투자에도 애로는 있었다. 주요 애로사항은 기술경쟁력 부족(31.8%), 석·박사 인력 부족(23.2%), 연구개발 자금 부족(21.1%) 등이 뽑혔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중견기업이 R&D·설비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 관계자는 “많은 중견기업들이 중소기업을 벗어난 이후 기존에 받던 정책 자금을 받지 못해 자금 확보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R&D 예산 역시 마찬가지”라며 “다행히 최근 정부가 맞춤형 금융 정책을 발표해 앞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 인력부족에 대해서는 “대기업 대비 급여 수준이나 복지 등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견기업은 이직 현상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새로운 인력을 충원해서 키우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기술 개발에서 어려움이 따른다”고 덧붙였다. 현장의 어려움에 정부는 연구·인력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를 지원하고, 연구개발 관련 출연금 등에 과세특례를 적용 중이다. 신성장·원천기술 및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연구개발비, 일반연구·인력개발비에 해당하는 금액을 합해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방식이다. 기술 이전 및 기술취득 등에 대한 과세특례와 기업부설연구소 용도의 부동산 지방세 감면도 지원 중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문제해결을 위해 단편적인 R&D 예산 지원을 넘어 중견기업 경영 활성화를 위한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유연한 노동법 제정과 경영 독립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R&D는 장기적인 자금 투자가 필요해 경영자의 결단 없이는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견기업 관계자는 “수출 의존성이 큰 우리나라 경제구조, 내수 시장의 한계 등으로 중견기업들에게 해외 진출은 필수적인 상황이다. 해외 시장에서는 글로벌 대기업과 경쟁해야 하고, 무섭게 따라붙고 있는 중국과 같은 후발국 기업들과의 경쟁도 불가피하다”면서 “R&D 투자를 늘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하나의 지원책 보다는 중견기업 성장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구개발의 경우 시간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특성이 있는데, 주 52시간 등의 기존 제도로 인해 업무 효율성이 저하되는 사례가 많다. 유연한 노동환경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경영 독립성에 대해서는 “최근 이사의 책임 강화가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는데, 주주들은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경영방향을 원할 것이다.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필요한 R&D에 대한 투자에는 소극적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러한 환경이 조성된다면, 많은 중소기업이 R&D에서 어려움을 겪고 상장에 대한 욕구도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