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맞이한 트럼프2.0…K-정유, 기대반 우려반

정유 4사, 3분기 모두 적자…국제유가·정제마진 하락 영향 '친석유' 트럼프 당선, 국제유가 및 美 원유가격 동향 동시 변수

2025-11-14     서영준 기자
GS칼텍스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국내 정유업계에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그동안 친(親)석유 행보를 보여온 트럼프 당선인이 정유업계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강구하겠다는 전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는 올 3분기 모두 적자를 면치 못했다. 에쓰오일은 4149억원, SK이노베이션은 4233억원, HD현대오일뱅크는 2681억원, GS칼텍스는 3529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이들 3분기 적자 규모를 더하면 1조4600억원에 달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및 중국 석유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국제 유가와 정제마진이 크게 하락해 영업 손실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환율 하락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두바이유는 올 3분기 배럴당 평균 78.3달러로 지난 분기 대비 7달러 하락했다.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같은 기간에 3.5달러를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인 정제마진은 4.5달러라고 본다. 1달러 정도 낮은 정제마진이 실적 하락을 야기했다. 정유업계는 올 4분기부터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이 정부 차원의 경기 부양책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동절기 난방유 및 항공유 등의 수요 증가와 미국의 경제성장 지속이 세계적인 수요 확대를 이끌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향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재집권의 영향은 기대와 우려 모두 가능한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석유를 시추하라)"을 외치며 친환경 에너지 정책 전환의 속도를 늦추고, 전통적인 에너지 자원의 회귀를 강조해왔다. 석탄, 석유, 셰일가스 등의 화석연료 개발 및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기조다. 미국이 실제 생산량을 늘리면 석유 공급 확대로 국제 유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정유업계는 재고자산 평가 손실과 부정적 래깅효과로 타격을 입는다. 사들인 원유를 정제해 판매하기까지 한 달쯤 시차가 발생하는데 비싸게 사둔 원유를 정제한 석유제품을 싼값에 판매해야 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트럼프 2기 정부의 친환경 기조 완화로 석유 주요 소비국인 미국에서 수요가 증가하면 업황이 전반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중동산 원유 대비 미국산 원유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될 경우 중동산 원유 위주로 수입하는 국내 정유업계가 미국산 원유 수입을 늘려 원가를 낮출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봤을 땐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 지연되고 연료유 중심의 석유제품 수요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호재 가능성이 크지만, 국제유가가 급락될 경우 단기적인 손실은 불가피할 수도 있다"며 "상황이 복합적인 만큼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