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연말은 다가오는데…도움받을 길 없는 노인들

2025-11-14     오시내 기자
유통중기부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연말이 다가오면서 백화점들은 일찍이 화려한 모습을 드러내고, 이커머스와 패션 브랜드들은 대규모 할인 행사에 들어갔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들의 식당은 예약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모두가 따뜻한 연말을 준비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대화를 나눌 사람조차 없이 고립된 노인들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혼자 사는 고령자 가구는 213만8000가구로 전체 고령자 가구 중 37.8%에 달했다. 이중 34.8%는 몸이 아파도 집안일을 부탁할 사람이 없고, 71%는 큰돈을 빌릴 사람이 없으며, 32.6%는 대화할 상대조차 없었다. 혼자 사는 고령자 중 26.6%는 가족 또는 친척과 교류하는 사람이 없었고, 35.9%는 가족 또는 친척이 아닌 사람과 교류가 없었다. 반면, 활동에 제약이 있는 나홀로 고령자는 21.4%에 달했다. 8.2%는 안경을 써도 보는데 어려움이 있고, 6.1%는 기억하거나 집중하는데 어려움을 느꼈다. 건강에 대한 주관적 평가도 부정적인 편이다. 자신의 건강이 나쁘다고 생각한 나홀로 고령자는 44%로, 전체 고령자 33.3%보다 높았다. 더 큰 문제는 나홀로 고령자 중 55.8%는 노후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후가 준비된 이들도 50%는 국민연금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 14일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는 ‘함께 만드는 돌봄 사회’ 특별위원회 출범식을 진행했다. 노인에 대한 돌봄 수요가 확대되고 있지만, 가족 중심의 돌봄이 많고, 돌봄 종사자에 대한 처우가 열악해 돌봄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유다. 지역 간 돌봄 인프라 격차, 개별법에 따른 분절적 돌봄 서비스로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문제도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돌봄 받을 권리(돌봄 이용자 관점) 강화와 돌볼 권리(돌봄 제공자 관점)를 보장하고, 돌봄 인력 및 서비스 품질 제고 방안을 검토한다. 돌봄 기반 조성을 위해 예방 및 자립 중심 돌봄을 강화하고, 데이터·기술 기반 돌봄 체계도 구축한다. 그간 주변의 몇몇 노인이 정부 지원의 돌봄 서비스를 명목상의 도움으로 느낀다고 말했던 것을 떠올려 보면 이러한 변화는 반가운 소식이다. 노인을 돌봄을 이용할 권리가 있는 자로 바라보는 시각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소통할 이조차 없는 고령자의 목소리가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온전히 반영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있다. 몇 해전, 노인 돌봄을 전담하던 사회복지공무원과 대화를 나눈 일이 있다. 그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고립된 사실조차 드러나지 않은 노인들의 존재를 언급했다. 이들은 지원을 받는 방법도,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도 모른 채 ‘존재’하고 있다. 이들을 찾기 위해선 온전히 인력에 의존해야 하는데 그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다는 것이었다. 지난 12일 정부는 인력 효율화 및 정원 재배치 원칙 하에 국가직 공무원 정원을 3006명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발표처럼 인공지능(AI)과 모바일로 대체 가능한 업무가 늘어남에 따라 일부 인력은 조정이 필요하다. 다만, 정부가 말하는 인력 재배치에 인간이 아니면 발견할 수 없는 ‘존재’들에 대한 고려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만일 이들에 대한 인력이 여전히 부족하다면, 대통령 직속으로 출범한 ‘함께 만드는 돌봄 사회’ 특별위원회의 역할이 누군가의 말처럼 유명무실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