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사고로 규제완화 법안처리 ‘올스톱’

비난 여론 역풍 맞을까 ‘조심조심’…與도 몸 낮춰 규제완화 반대

2015-05-05     한아람 기자
[매일일보 한아람 기자] 수 백명이 사망한 세월호 참사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전국 각지의 대형사고가 속속 잇따르면서 정치권은 최대한 몸을 ‘바짝’ 낮추고 있다.대통령 공약으로 추진되던 규제완화 법안이 국회 논의과정에서 제동이 걸리는가 하면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각종 대형사고 소식에 ‘역풍’을 조심하며 ‘조용한’ 선거전을 이어가고 있다.실제로 세월호 침몰사고 후 실종자 수색이 진행 중이었던 지난 2일 오후 동해와 남해에서 잇따라 여객선에 문제가 생겼고, 같은 날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는 전동차 2대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부상자가 속출했다.이처럼 대형사고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자 국회 역시 재난 관련 법안 심사에 나섰다.재난을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안전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은 잇따라 통과되는 반면 규제완화를 위한 법안에는 제동이 걸리고 있다.지난달 2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는 세월호 침몰사고 신속구조, 피해지원 및 진상규명을 위한 결의안을 비롯해 해사안전감독관 제도를 도입하는 해사안전법 개정안 등이 통과됐다.체험교육 시 학교장이 안전대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개정안, 철도종사자의 음주기준을 강화하는 철도안전법 개정안, 항공기 고장 등의 보고 의무 신설을 확대 적용하는 항공법 개정안도 가결됐다.이달 2일 열린 본회의에서도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해역에 우선적으로 특수신호표지를 설치·운영토록 의무화하는 항로표지법 개정안이 가결됐다. 연안체험활동업체의 손해배상 보험 가입 의무규정을 담은 연안사고예방에 관한 법률 제정안도 통과됐다.반면 규제를 완화하자는 내용의 법안들은 국회 상임위원회 수준에서 일제히 제동이 걸렸다.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일 본회의를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공약인 크루즈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 선박규제 완화법안들을 심사한 끝에 해당 법안들을 전체회의에 계류시켰다.법사위 소속 야당의원들은 “시급한 법안이 아니다” “선주협회 등에 특혜를 준다” 등을 이유를 들며 법안 처리를 반대했다.이는 세월호 침몰사고로 국민적 우려가 큰 상황에서 선박 관련 규제를 풀어주는 법안을 통과시키면 국민적 비난에 직면할 것이란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여당인 새누리당 소속 법사위원들 역시 여론의 역풍을 각오하면서까지 법안 처리를 추진하는 무리수를 두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박영선 법사위원장도 당시 회의에서 “이 법을 법사위가 통과시키면 법사위원이 비판을 받는다. 계류를 시키고 상황을 보고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국내항을 운항하는 모터보트·동력요트의 신고절차를 면제한다는 내용의 선박의 입항 및 출항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도 논의 끝에 처리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