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플라톤에게서 정치철학의 실천적 힘을 재발굴하다 『레오 스트라우스』

- 정치철학은 현실 정치와 무관한 탁상공론에 불과할까?

2025-11-15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팬데믹, 기후변화, 민주주의의 후퇴 등 오늘날 현안들은 우리의 삶이 앞으로 어느 방향을 향하는 것이 옳은지 근본적으로 재고하게 한다. 그러나 정치철학은 이 시급한 문제에 답하지 못한다. 근대 이래 사실과 가치를 엄격히 구분하고 가치중립성을 표방하면서 ‘더 나은 것’에 대한 앎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정치철학이 어떻게 다시 공동체의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레오 스트라우스는 고전정치철학에서 그 답을 찾는다. 스트라우스에 따르면 고전정치철학은 ‘소크라테스 문제’에 대응하려는 시도로 요약된다. 소크라테스의 죽음이 표상하듯 공동체의 지속·번영을 추구하는 정치와 절대적 진리를 추구하는 철학은 필연적으로 대립할 수밖에 없다. 플라톤과 그 후계자들은 이 갈등을 직시하면서 어떻게 최선의 정치 질서를 실현할지 고민했다. 스트라우스는 정치철학이 사회계약론을 위시한 근대적 교리에서 벗어나 그러한 고전정치철학으로 회귀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 책은 고전을 연구해 정치철학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 스트라우스의 사유를 열 가지 키워드로 조망한다. 스트라우스가 막스 베버의 ‘사실/가치 구분’을 어떻게 바라보고 비판했는지, 정치사상의 고전들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저술의 기술’이란 무엇인지, 이라크전쟁이 터졌을 때 불거진 ‘스트라우스 스캔들’이 스트라우스의 국제정치관을 어떻게 왜곡했는지 등을 상세히 살필 수 있다. 위기에 빠진 정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할 정치철학의 미래가 여기 있다.

레오 스트라우스(Leo Strauss, 1899∼1973)
1899년 독일의 작은 마을 키르히하인(Kirchhain)에서 태어나 유대인 교육을 받았다. 1921년 에른스트 카시러의 지도 아래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에드문트 후설과 마르틴 하이데거 등의 영향을 받았다. 1930년대 초 록펠러재단의 지원으로 토머스 홉스의 정치철학 연구를 진행했고, 1935년에는 중세 유대인 철학자 마이모니데스에 대한 연구서로 ≪철학과 법≫을 출판했다. 미국 망명 후 1937년부터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강의를 했고, 이후 뉴스쿨에서 약 10년간 그리고 시카고대학교에서 약 18년간 정치철학을 강의했다. 1950년 이후 활발하게 저술 활동을 하며 ≪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 ≪자연법과 역사≫, ≪국가와 인간≫, ≪플라톤 정치철학 연구≫ 등 많은 저서를 남겼다. 그의 사상은 1960년대와 1970년대 미국 정치학계를 풍미했고, 현재까지 그의 학풍을 이어받은 학자들이 정치사상과 정치철학 분야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은이 박성우는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아렌트, 니체, 스트라우스의 관점에서 플라톤 정치철학을 재조명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앙대학교 조교수, 부교수를 지냈다. 현재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고, 서울대학교 국제정치사상센터장을 맡고 있다. 연구 분야는 고전정치철학과 국제정치사상이며, 양 분야의 학제적 결합을 모색하는 연구 영역도 개척하고 있다. 단독 저서로는 ≪국가: 플라톤≫(2022), ≪영혼 돌봄의 정치: 플라톤 정치철학의 기원과 전개≫(2014)가 있으며, 책임 편집한 책으로 ≪동굴 속의 철학자들≫(2021), ≪정치사상사 속 제국≫(2019) 등이 있다. 스트라우스와 관련된 논문으로 “스트라우스의 니체 해석을 통해 본 스트라우스 정치철학의 의도”, “레오 스트라우스의 플라톤주의”, “이라크 전쟁의 레오 스트라우스 책임론에 대한 정치철학적 비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