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자 민원 러시에 레지던스 현장 ‘끝없는 갈등’

정부 규제 완화로 큰 분쟁원인은 사라져 계약자들 하자 등 앞세워 잔금납부 연기 요청 전문가 “소송 길어질수록 계약자에 불리”

2025-11-15     최한결 기자

매일일보 = 최한결 기자  |  생활숙박시설(레지던스) 현장에 여전한 계약자들의 민원 제기에 건설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몇 달 전만 해도 레지던스는 주거 목적으로 사용하면 불법으로 간주됐던 만큼 건설사와 계약자간 사기분양 시비 및 소송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10월 정부가 레지던스도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면서 갈등을 빚을 이유가 사라졌지만, 하자 발생 등을 이유로 계약자들의 문제제기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완공과 동시에 국내에서 최초로 오피스텔로의 용도 변경에 성공했던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계약자들이 잔금 납부를 거부한 채 입주기한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입주예정자 A씨는 “배관 파열에 따른 누수 및 마감 부실 정황이 있어 시행사 및 시공사에 입주와 잔금 납부기간 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행사 및 시공사 측은 입주기간이나 잔금 납부 기간은 계약서에 명시돼 있는 만큼 바꾸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시행사인 마곡마이스PFV는 정해진 기일(이달 말)까지 중도금 대출금과 잔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가압류 등 법적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국내 레지던스는 지난 10월 초까지만 해도 계약자들과 시행·시공사간 갈등과 법적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오피스텔 등으로 용도변경하지 않고 주거 목적으로 사용하는 레지던스를 불법으로 간주해 강제이행금을 물게 한 규제 때문이다. 이에 계약자들은 시행·시공사들이 사전에 실거주가 가능하다고 했다는 등 사기분양 논란이 곳곳에서 일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달 16일 생활숙박시설의 용도 변경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지자체 조례 규제를 완화하고, 기부채납 등 비용 납부를 통해 용도 변경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하면서 법적분쟁의 큰 이유는 사라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부 방침 후에도 하자 등과 관련한 민원은 있을 수 있겠지만, 소송으로 확산시킬 경우 계약자에 유리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계약자 입장에서는 잔금 납부도 그렇지만 건물 용도변경에 따른 비용분담도 부담이 될 수 있어 소송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많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교수는 "소송에서 계약자가 불리한 핵심 원인은 계약서의 조건 및 조항이다"며 "계약서에 입주지연·하자 발생 시 건설사의 책임 범위와 면책조항이 명확히 규정돼 있다면 법적으로 계약자가 불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원은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을 우선적으로 존중하기 때문에 계약서 조항이 계약자에게 불리하게 작성된 경우 소송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인만 부동산 경제연구소장도 "소송의 본래 이유가 사라진 상황에서 소송 비용과 중도금 연체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소송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며 "계악자 입장에선 소송이 길어질수록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어 소송을 계속 끌어가는 대신 양측이 조기에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입주가 결정된 후 소송건이 발생한다면 시행사나 시공사도 부담이겠지만, 중도금과 잔금을 납부해야 하는 일반계약자 입장에서는 입주가 지연되는 만큼 부담금도 높아지기에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 규제 완화 이전이기는 해도 인천지방법원이 시행사 및 시공사 상대 계약금 반환 청구 소송건에 원고 패소를 결정한 판례도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를 완화했다고는 해도 아직까지는 주민 100% 동의 등 생숙 용도변경에는 제한이 많은 만큼 롯데캐슬 르웨스트 사례는 업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양측이 원만하게 합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