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내년도 대출규제 지속 전망… 멀어지는 서민 내 집 마련 꿈
주택거래 거의 없어… 집값 양극화만 조장 전문가들 “내년에도 대출규제 완화 안 돼”
2025-11-17 이혜경 기자
매일일보 = 이혜경 기자 |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대출규제 강화가 오는 2025년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서민들 내 집 마련에 차질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9월부터 스트레스DSR 2단계 규제를 시행했고 은행들도 앞다퉈 대출규제를 강화했다. 스트레스DSR은 향후 금리 상승으로 인해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대될 가능성을 감안해 일정 수준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다. 전체적으로 대출규제 강화로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대출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이른바 현금부자들의 강남·용산 지역 매수세가 집값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한국부동산원의 10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가격은 0.33% 상승했다. 그중 자치구별로 보면 강남구는 0.81%로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용산구는 0.53%를 기록하며 서울 평균 상승률을 초과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서울 거래량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일부 상승지역 거래에 따른 집값 동향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저가 아파트와 현금 부자들의 초고가 아파트 거래만 조금씩 이뤄지며 서울과 외곽 지역 간 주택거래·가격 양극화만 부추기는 상황이다. 실제로 스트레스DSR 2단계가 시행된 9월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 총 6353건 중 6억원 이하의 저가 아파트 거래는 전체의 24%를 차지했다. 이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상승세를 이어간 지난 3월부터 8월까지의 6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인 18%에 비해 상승한 수치다. 여기에 12월 수도권에 한해 디딤돌대출 한도까지 축소되면서 주택거래와 집값의 양극화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돼 서민들의 주택 구매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서민들은 서울이나 수도권 내 집 마련을 희망한다. 하반기 디딤돌대출을 받을 수 없는 신규 주택 입주자들은 비용을 감당할 수 없으면 분양을 받았어도 입주권을 팔 수밖에 없다. 디딤돌대출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규제를 도입했다는 취지가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민들이 내년에도 대출규제로 내 집 마련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디딤돌대출 규제에 이어 내년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 적용이 예정돼 있는 등 당분간 정부의 대출규제는 강경하게 지속될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스DSR 3단계는 은행권과 2금융권의 주담대·신용대출·기타대출 전체에 적용되고 스트레스 금리는 1.5%p까지 늘어난다. 스트레스DSR 2단계가 은행권 주담대·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담대에만 0.75%p 적용된 것을 고려하면 훨씬 강력한 조치다. 함 랩장은 이어 “내년에는 대출규제로 올해보다 주택거래총량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다만 전세가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다”고 내다봤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 연구원은 “대출규제로 매매거래에서 단기적으로 수요억제 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 지가 중요하다”며 “매매가 어렵다면 수요가 전월세로 넘어가기 때문에 전월세 가격이 불안해질 수 있다. 내년 상반기가 되면 정부의 예산 조정으로 대출 규제가 조금 완화되는 시기가 올 수는 있겠지만 대출규제를 완화하는 입장을 취하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당분간 대출규제가 완화되지 않아 공급이 축소되면 주택가격은 완만한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이다”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아직은 서울 집값이 확실히 안정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집값이 폭락하는 등의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내년 1분기까지는 대출규제 강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혼부부 등 특정 계층 외의 서민들은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질 것이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