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가산금리 원가공개’에 은행권 촉각

더불어민주당 “은행법 개정안 연내 처리” 굳은 의지 업계 “해외, 법으로 가산금리 정하는 사례 없어” 반발

2025-11-17     이재형 기자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은행권을 향해 불거진 ‘이자 장사’ 논란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뜨겁다. 고환율, 고물가, 내수 부진 등으로 서민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은행만 배를 불린다는 지적에 정치권도 팔을 걷어부쳤다. 더불어민주당은 가산금리의 세부사항을 법으로 정하는 법안을 준비 중인데, 해외 주요국에서는 이같은 사례를 찾아 볼 수 없어 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17일 정계에 따르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은행 대출 가산금리 산정 내역을 공개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서민 이자부담 경감을 위해 가산 금리를 법으로 정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민주당은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입법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연내 법제화를 마무리하려는 당내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출금리는 보통 조달금리(기준금리)에 은행이 산정한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된다. 가산금리는 은행의 목표 이익에 맞춰 그때그때 조정이 가능하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지난달 신규 취급한 신용대출의 가산금리는 은행마다 평균 연 3.09~4.39%로 나타났다. 여기에 기준금리를 더하고 가감조정금리를 뺀 최종 대출금리는 평균 연 4.97~5.63%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은 현재 자율 규제인 ‘대출금리 모범규준’의 가산금리 세부 항목을 법률로 정하도록 한 것이 핵심 골자다. 개정안은 가산금리에 업무 원가·목표이익 등을 반영하되, 교육세·지급준비금·법정출연금 등은 포함하지 못하도록 했다. 은행이 영업하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을 대출 차주에게 전가해 수익을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데 따른 것이다. 은행연합회는 지난해 1월부터 예금보험료와 지급준비금을 가산금리 항목에서 빼기로 했지만 추가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먼저 가산금리 세부 항목을 법률로 규정한 해외 사례가 전무해 국내 금융산업에 대한 저평가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정부에 내는 세금은 은행의 수익이 아니라는 얘기도 나온다. 아울러 개정안에는 가산금리 공시 강화도 포함될 예정인데 업계는 사실상 원가를 공개를 요구, 은행이 얼마를 남기는지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영업 식당의 차림표에 메뉴마다 원가를 써 넣으라고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다. 당국 역시 가산금리 산출은 은행별·상품별·차주별로 방식이 복잡하고 다양한 만큼 원가 공개가 소비자 실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편,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금융그룹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은 총 16조5805억원으로 전년 동기(15조6559억원) 대비 9246억원(5.9%) 증가했다. 5대 금융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37조616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6조7099억원)보다 2.5%(9062억원) 증가했다. 비이자이익(11조5262억원)에 3배가 넘어가는 규모다. 이 추세대로라면 5대 금융 올해 연간 이자이익은 5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