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내분으로…건설·레미콘업계, 시멘트 압박 두고 대립
건설업계, 레미콘 단가 협상 공문 발송해 우려 가중 선‧후 과정 오류에 정부 정책 미스까지 발생해 혼란
2025-11-17 신승엽 기자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시멘트 가격 인하를 위해 뭉친 건설 및 레미콘업계가 분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설업계가 레미콘업계가 단가협상 공문을 발송했다. 레미콘 단가도 낮추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두 업계는 시멘트 가격 인하를 목적으로 손을 잡고 있다. 하지만 이번 공문 발송은 두 업계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해석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선‧후 과정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사 구매담당자 모임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는 한국레미콘공업협회(수도권)와 부산경남레미콘산업발전협의회에 ‘2025년도 레미콘 단가 협상’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공문에는 ‘올해초 합의한 레미콘 단가 적용기간이 내년 1월 말 종료됨에 따라 2025년 레미콘 단가 협의를 진행하고자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당초 이뤄졌어야 할 협상이지만, 시기가 부적절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멘트 가격 인하가 확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성급하게 결정했다는 지적이다. 시멘트 가격은 2021년 기준 t당 7만8800원이었다. 작년 말 시멘트 7개사 평균 가격은 t당 11만2000원으로 3년간 42% 상승했다. 시멘트 생산단가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주연료(유연탄) 가격은 고점의 절반 이하로 내려왔다. 시멘트 가격 인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중재자로 개입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정부가 시멘트 수입 등을 추진했고, 별도의 가격협상 테이블(협의체)까지 마련했다. 건설 및 레미콘업계는 시멘트 가격 인하를 주장하고 있지만, 시멘트업계는 이익이 늘어나고 있음에 불구하고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중소레미콘업계가 관계자는 건설업계의 행보에 선후 과정이 잘못됐다고 평가했다. 중소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아직 시멘트 가격 인하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고, 어느것도 결정된 내용이 없다”면서 “이러한 상황 속 그간 단가 협상에 호의적으로 나온 레미콘업계에 부담이 확대될 우려를 안겨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의 개입 이후 부처별 엇갈린 정책으로 시멘트 가격 협상이 어려워지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 등은 시멘트 가격 인하 관련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전기요금을 인상해 시멘트 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명분을 줬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원팀’을 강조하는 정부 부처의 정책이 결을 다르게 가져간다는 사실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레미콘업계는 올해 초 단가 협상에서도 일방적인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건설업계와의 상생을 선택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모두 반영하지 않은 협상에 동의했다”면서 “현재 레미콘업계가 시멘트 가격 인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건설업계의 지적과 달리 현장에서는 지속적으로 인하 입장을 어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건설비용 감축에 뜻이 모이고 있는 상황 속, 전기요금 인상 등의 혼란 요인을 부과하는 정부가 진정 원팀이 맞는지 의심스럽다”며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의 노력은 결국 보여주기식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