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점 높아지는 원·달러환율 전망… 연내 1450원 뚫을 수도

증권가 “12월 중순까지 강달러 지속, 연내 1500원대도 염두해야” 금감원, 오는 20일 시중은행과 ‘외화 유동성 상황 점검회의’ 개최

2025-11-17     서효문 기자

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원달러환율의 고점이 높아지고 있다. 연내 1450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실현되고 있는 강달러 추세는 당분간 국내 금융·경제 시장의 가장 뜨거운 주제로 부상했다.

17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5일 원달러환율 주간 종가는 1398.8원을 기록했다. 주간 거래 종가가 1,300원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 11일 이후 4일 만이다. 한숨 돌리긴 했지만‘트럼프 랠리’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 이하 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 달러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 경제정책인 보호무역주의로 세계적으로 통상 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국무장관과 국토안보부장관, 재무장관 등 주요 보직에 대중국, 반이민 강경파를 기용할 것으로 전해진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반중국·이민 기조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원달러환율이 최고 1450원대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예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정책이 유럽·중국 등 주요국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강달러 랠리를 지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NH투자증권은 원달러 환율 단기 상단을 1450원까지 내다봤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트럼프 당선으로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 등이 커지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다만 1400원대 이상에서는 외환당국이 강하게 개입할 가능성이 있어서 단기 상단을 제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강혁 LS증권 연구원도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강달러가 연내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이 나오기 시작하면 나머지 국가들이 미국보다는 무조건 안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현재 상황에서는 환율에 반영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라며 “심리적인 요인으로 강달러는 다음 달 중순까지는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내각을 구성한 이후를 살펴봐야 한다”라며 “내각이 구성된 이후 강달러 추세는 주춤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1400원대를 넘어 1500원대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예측 또한 나왔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취임 전까지 환율 상단은 1450원으로 보고 있고 취임 이후 관세 정책이 현실화하면서 충격이 온다면 1500원까지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 등 전세계 주요국의 성장률이 안 좋아지면서 비달러 통화의 강세 전환이 어려운 가운데 환율 정점 자체는 내년 상반기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강달러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금융당국은 국내 시중은행 등을 불러서 점검에 나선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20일 박충현 부원장보 주재로 국내 시중은행과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 10곳의 외환·자금 담당 임원을 소집해 외화 유동성 상황 점검회의를 열 계획이다. 금감원은 이 자리에서 향후 외환시장과 외환자금시장 전망을 듣고,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환 부문 영향과 대응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은행별 외화유동성 상황을 평가하고 관리계획 역시 논의한다. 금감원 측은 “현장에서 환율 변동을 어떻게 보는지, 외국계 은행 본점에서 우리나라를 보는 시각과 전망이 어떤지 등을 청취하고 자문을 구하려고 한다”며 “미국 대선,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 발표,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외환 부문 리스크를 점검해보자는 취지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당국은 외환시장뿐만 아니라 가상자산시장 변동성 확대와 관련해서도 이상 거래 대응을 강화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상자산거래소들과의 핫라인을 가동해 일정기준 이상 급등락 종목들은 시세조종 의심 주문을 제출한 계정이 있는지 매일 점검하고 있다”며 “거래소로부터 통보받은 불공정거래 사건을 신속히 조사하는 한편, 최근 과열된 시장 상황을 이용한 풍문, 허위 정보 유포 및 관련 선행매매 등도 단속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