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돈 움직인다…예금 헐고 마통 받아 美 주식·코인

이달 요구불예금 10조·적금 7900억↓…마통 7500억↑ 美 주식 보관액 1000억달러대…코인 거래도 '과열' 양상

2025-11-17     성동규 기자

매일일보 = 성동규 기자  |  미국 대선 이후 해외 시장뿐만아니라 국내 시장에서도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수혜자산 투자)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은행 예금에 묶여 있던 개인 자금이 미국 주식과 가상자산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4일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총 587조6455억원으로, 지난달 31일(597조7543억원)보다 1.7% 줄었다. 요구불예금은 저축성예금보다 이자율이 크게 낮은 대신 입출금이 자유롭다. 통상 은행에 묶인 대기성 자금 규모를 가늠할 때 그 잔액 증감을 본다. 5대 은행의 ‘마이너스 통장’(신용한도 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총 38조8657억원에서 39조6179억원으로 7523억원(1.9%) 늘었다. 그동안 마이너스 통장 잔액은 국내외 증시나 가상자산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일시적으로 늘었다 다시 줄어드는 경향을 보여왔다. 은행 관계자는 “이달 들어 개인 고객의 유동성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전했다. 반면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미국 주식 규모가 엿새째 1000억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4일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1천억7900만달러 규모로 집계됐다. 미 대선 직후인 지난 7일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었고, 11일 1035억1000만달러로 역대 최고액을 경신한 뒤 다소 주춤했지만, 여전히 장기 평균 대비 크게 높은 수준이다. 이달 들어 14일까지 국내 투자자가 해외 증시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미국 반도체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ETF(SOXL)로, 순매수 규모가 2억7500만달러에 달했다. 국내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 잔액도 들썩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달 31일 50조5866억원에서 이달 6일 49조8900억원으로 줄었다가 14일 52조9552억원으로 다시 늘었다. 미 대선 당일부터 ‘트럼프 트레이드’가 뚜렷해지자 자금이 이탈했고, 코스피가 급락하면서 저가 매수세가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가상자산 시장은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전날 오후 6시 기준 24시간 거래 규모는 15조원대로 집계됐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3일 미국 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9만3482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