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MRO 치고 나간 한화오션…HD현대重도 속도 내나
트럼프 2기 ‘미국 우선주의’, 美 MRO 사업에 힘 실어 한화오션, MRO 수주 2건…HD현대重, 아직 실적 없어 김동관 “美 함정 사업 확대”…정기선 “조만간 참여”
2025-11-17 이상래 기자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미국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트럼프 2기에서 국내 조선업계와의 협력 확대를 강조한 만큼 두 기업 모두 미 함정 MRO 사업 수주에 적극 나설 것이 유력하면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미 함정 MRO 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미 MRO 사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중국과 아시아 해상 패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해군력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중국이 운영하는 전함이 234척으로, 미 해군의 219척보다 많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조선 생산력 차이도 해군력에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다. CSIS는 현재 미·중의 조선 생산력 차이로 중국이 전쟁에서 손상된 함정을 더 빨리 수리하고 대체 함정을 더 빨리 건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 1위 중국은 최근 20년간 연간 미국 생산량의 3배 이상을 만들어냈다. 이에 CSIS는 미국의 조선업 생산 공백을 한국 또는 일본으로 메우자고 제안한다. 트럼프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의 조선업은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2기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도 트럼프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이러한 지정학 변수를 주목해 미 MRO 함정의 잠재성을 눈여겨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도인텔리전스는 미 함정 MRO 시장을 20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미국 함정 MRO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 조건을 획득하는 함정정비협약(MSRA)을 취득한 상태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미국의 고위급 인사들의 연이은 방문으로 MRO 수주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월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방문했다. 지난 9월에는 토마스 앤더슨 소장과 윌리엄 그린 소장 등 미 해군 및 주한미국대사관의 고위급 인사들이 HD현대 글로벌 R&D센터(GRC)를 찾았다. 지난달에는 미국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인 스티븐 쾰러 제독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둘러 봤다. 현재로서는 한화오션이 지난 8월 미국 4만t급 군수지원함 월리쉬라함 창정비 사업에 이어 이달 미국 해군 7함대에 속한 '유콘'함의 정기 수리 사업을 수주한 반면, HD현대중공업은 아직까지 수주 실적이 없다. 트럼프 2기 ‘미국 우선주의’에 탄력을 받아 양사의 미 MRO 사업 수주 경쟁은 본격화될 전망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미 국방부의 지역 유지 보수 프레임워크(RSF) 계획에 부응하고, 이번 MRO 사업 수행을 통해 미 함정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화오션은 한화시스템과 함께 지난 6월 1억달러(1380억원)에 필리 조선소 지분 100%를 인수했다. HD현대중공업도 내년에는 미 MRO 수주가 가시화된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최근 미 함정 MRO 사업에 대해 “특수선 야드 가동 상황과 수익성을 봐서 조만간 저희도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