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산업계 AI 빈부격차… 공평한 기술 보급 선행돼야
尹대통령, APEC서 ‘AI 표준 포럼’ 제시… 디지털 격차 해소 강조 글로벌 대기업, AI저작권·투자금 ‘싹쓸이’… 산업 보호 조치 마련해야
2025-11-18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인공지능(AI) 기술이 산업계 핵심 요소로 자리잡으면서, 이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과 인재들이 뒤처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각국 간 AI 기준을 마련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 기업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제조업과 AI의 결합을 촉진하기 위한 'APEC AI 표준 포럼'의 창설을 제안하며, “AI가 기업의 경쟁력과 국가안보를 좌우하고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면서 "산업 AI의 모범사례를 발굴·확산하기 위한 워킹그룹을 설치하고, 공통의 표준과 인증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미국, 유럽, 중국은 자국 기업들이 보유한 특허를 활용해 세계 표준을 선점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의 AI 규제법, 미국의 연방법 및 주(州) 입법, 중국의 생성형 AI 서비스에 대한 행정 조치 초안 등이 그 예다. 이들은 AI 경쟁력을 높이면서도 기술 사용의 위험성을 관리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여기서 위험성은 보안 및 개인정보 침해 문제와 함께, 해외 AI 기업이 자국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통제하려는 의도도 포함된다. 의료AI업체 L사 관계자는 “AI에게 필요한 건 최대한 많은 정보다. 해당 국가의 AI표준을 따르지 않으면, 정보도 제공받지 못하고 당연히 그 시장에도 못 들어간단 의미”라고 분석했다. 업계선 APEC에 AI 초강대국 미국, 중국, 일본이 모두 포함됐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본다. 특허청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국적별 초거대 AI 관련 누적 특허출원 수는 미국이 1위, 중국이 2위, 일본이 3위, 한국이 4위다. 만약 APEC 소재 기업을 중심으로 표준이 만들어진다면, 한국 기업은 글로벌 시장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이미 AI 시장은 일부 소수 글로벌 대기업들에게 주도되는 실정이다. 세계 굴지의 대기업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MS가 오피스 시리즈처럼 챗GPT를 구독상품에 포함시킬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전 세계 사무업종은 이미 MS 사무용 프로그램에 크게 의존하는 중인데, AI 분야마저 MS 지배하에 놓일 수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AI기업 ‘xAI’는 60억달러(8조3000억원)의 투자 유치에 나서면서, 관련 업계 투자금을 독차지 한단 전망이 나온다. xAI는 지난 5월에도 60억달러의 자금을 끌어모은 바 있다. 당시 펀딩 이후 xAI의 가치는 240억달러 수준이었는데, 반년 사이 두 배 이상 상승했다. 거대 기업들이 유망 스타트업 경영권과 투자금, 저작권까지 ‘싹쓸이’하면서 그 외 기업들은 대기업의 낙수를 기대하거나, 힘을 합쳐야 하는 실정이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특허청에 AI 관련 특허를 등록한 대기업 11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AI 관련 특허는 7월 기준 총 1503건이었다. 1위는 단연 삼성전자로, 387건을 등록했다. 이어 LG전자(154건), 네이버(90건), SK텔레콤(78건)으로, 국내마저 대기업이 특허 출원 선두를 달렸다. 삼성전자의 경우, 기술 나눔 등으로 중소기업과의 상생에 노력하는 편이다. 만약 이마저도 없다면 대-중소기업 간 기술력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된다. 기술 동향에 무딘 특정 사회계층도 산업계에서 배제될 위험도 있다. 윤 대통령은 APEC 주도 AI 표준을 제시하면서, ‘디지털 격차 해소’를 강조했다. AI 등 혁신 기술이 사회 구성원들의 경제활동을 뒷받침하는 데 활용돼야 한단 설명이다. 전자제품 L사 연구소 관계자는 “컴퓨터의 대중화로 수많은 일자리가 갑자기 사라진 것처럼, AI 발전은 예고없이 산업계를 바꿀 수 있다. 대중들이 발전 속도에 발 맞출 수 있도록 대국민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