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AI 접근성, 기업규모·산업분야 '천차만별'

韓-美 中企, AI 경영난 해소 가능성에 시각차 AI 발전 대부분 테크 대기업 주도… 국내선 관심無

2025-11-18     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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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과 활용이 대기업과 빅테크 중심으로 한정돼, 중소기업과 다른 분야의 도입은 저조한 상황이다.

18일 한국과 미국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AI를 통한 경영난 극복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양국 사업주들 사이에서 크게 상반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IT 전문지 테크레이더는 최근 미국 소규모 사업주 500명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산업 적용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이들 중 68% 이상은 시장에서 대기업에게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인공지능에 관심을 가졌다고 응답했다. 반면 국내 중소기업 10곳 중 9곳은 인공지능(AI) 활용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00개를 대상으로 AI 활용 의향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94.7%가 현재 AI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AI 도입을 희망하는 기업도 16.3%로 과반수도 안되며, 정작 기술을 적용한 기업마저 5.3%에 그쳤다. 사용 및 도입 의향도 없는 기업 249곳 중 80.7%는 '사업에 AI가 필요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한국과 미국은 지속적인 인건비와 생산 단가 상승을 겪으면서, 중소기업에 종사할 인력과 생산 공정을 확대할 동력을 소실한 형국이다. 그런데 미국 중소기업인들은 부족한 자본과 인력을 인공지능의 연산 능력으로 좁힐 수 있다고 봤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한 셈이다. AI의 기술 격차가 산업 분야별로 세분화된 것도 특징이다.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AI기술은 보통 유통 대기업에서 볼 수 있는데, 사실 이는 소비자의 패턴을 분석하는 기초 수준에 머무른다. 이에 비해 테크 기업들은 한 차원 높은 단계인 ‘생성형 AI’ 기술 도입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관련 투자는 유독 헬스케어 분야에만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건강 소프트웨어 기업인 에픽(Epic)은 환자에 대한 의사 및 의료 종사자의 응답을 자동으로 작성하는 데 사용하는 챗GPT를 개발하기 위해 협력했다. 글로벌 IT 기업인 엔비디아는 AI 신약 개발 기업인 리커션에 5000만달러를 투자하며, 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위한 AI 모델을 개발한다. 애플은 애플워치를 통해 사용자들의 심전도, 심박수 등 건강 정보를 수집하고 있고, ‘쿼츠(Quartz)’라는 AI 건강 코치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이 자사 주력 사업와 동떨어진 헬스케어에도 영역을 확대하는 이유는, 건강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면서 코로나19 시기를 비롯한 불황에도 꾸준히 성장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도 헬스케어에 AI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네이버는 AI가 온라인으로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진료 사항을 의료 용어로 자동 변환, 기록하는 서비스인 ‘스마트 서베이’를 개발했다. LG전자는 슬립테크 기업 ‘에이슬립’과 AI 기반 차세대 스마트 가전을 개발하며, 삼성전자 갤럭시 워치에 탑재된 ‘바이오엑티브센서’는 혈압, 심전도뿐 아니라 수면 사이클과 수면 깊이분석을 통해 개인 맞춤형 수면 코칭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불규칙 심장 리듬 알림 기능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받았다. 다만 관련 기술에 집중하는 기업의 면면을 살펴보면, 정작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에선 신약 개발 및 의약품 생산에 활용할 만한 기술은 아직 없다. 제약 업계에선 생성형 AI에 내재된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생성형 AI의 가능성을 논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단 입장이다. 제약기업은 환자의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는 특성상 특히 복잡한 규제 환경, 지적재산권 침해, 데이터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가 더욱 높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기업들은 외국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규제가 적은 현지 시장에 눈을 돌린 형국이다. 내수 기반의 국내 제약바이오 및 중소기업들은 과도한 국내 규제로 기술 개발이 막히면, 해외로 나갈 돌파구조차 찾기 어렵다. 유통기업 L사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보면 AI의 이점이 월등한데도, 일부 경영주들은 규제가 까다롭단 핑계로 개발은 커녕 도입마저 꺼린다. 선두 기업과 정부가 AI 도입의 긍정적 사례를 적극 조명해 줘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