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1위' 이재명 위기에도...여야 공히 차기가 안 보인다
이재명 1심 중형에도 여야 잠룡들 존재감 여전히 '미미' 미래담론 부재, 낡은 정치 등 빈약한 경쟁력에 소구력 떨어져
2025-11-18 정두현 기자
매일일보 = 정두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차기 대권구도에 격랑이 몰아치고 있다. 정작 각종 여론조사상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야권 유력 주자의 정치적 위기에도 현 여야 잠룡군에서 미래 대안으로 민심을 주도할 만한 거물급 인사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는 의원직, 피선거권(10년) 박탈이 뒤따르는 중형인 만큼 항소심, 대법원 최종판결에서도 100만 원 미만 벌금형으로 감형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주를 이룬다. 이에 이 대표의 대권가도에도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대법원 유죄 확정으로 피선거권이 박탈될 경우 차기 대선 출마가 불가해지기 때문이다. 이렇듯 야권 최고권력이자 여야 통틀어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지목되는 이 대표의 정치 퇴출 위기에 여야 잠룡들이 하나둘씩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당장 이 대표의 위기로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는 여권에서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해 여권 중진인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안철수·나경원 의원 등이 대권 정지작업에 나선 상황이다. 한 대표는 '이재명 대항마' 이미지를 부각하며 이 대표 사법리스크 공세에 치중하고 있고, 보수권 지자체장들은 중앙정치 현안에 목소리를 내며 대권주자로서 존재감을 각인시키려는 모습이다. 실제 오 시장은 이 대표의 지난 15일 1심 공판 전부터 "이 대표를 향한 (민주당의) 충성 경쟁", "80년대식 폭력정치 부활 주도한 이재명" 등 여론전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그에 앞서 김건희 여사 논란이 여권을 관통했을 당시에는 박형준 부산시장, 나경원·권영세·김기현 의원 등과 함께 당정 간 중재자를 자처하기도 했다. 지난 20대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홍 시장도 이 대표와 민주당이 1심을 앞두고 '재판부 겁박'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취지로 목소리를 냈다. 특히 김 여사와 명태균씨 논란 등으로 여권 내홍이 깊어지자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민주당과 국정협력을 통해 난국을 돌파해야 한다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이는 당정갈등 주체인 한 대표를 겨냥한 발언으로도 해석됐다. 나경원·안철수 의원은 인구·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미래 어젠다 제시, 김 여사 문제에 관한 소신발언 등으로 저마다 독자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 원희룡 전 국토장관도 용산 대통령실 인적쇄신의 일환으로 내각 재입성 또는 대통령 핵심 참모진 합류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차기 대권구도의 한 축으로 지목된다. 야권에서도 이른바 '3김'으로 불리는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부겸 전 총리 등을 중심으로 비명(비이재명)계 결집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중 최근 해외에서 회동을 가진 김 지사와 김 전 지사는 '대권 러닝메이트'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매일일보>에 이 대표의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근 친문(친문재인) 등 비명계 일각에서는 부쩍 김동연 지사가 민주진영 차기 주자로 추대되면 김경수 전 지사가 이를 후방지원하다 수도권 지자체장으로 현실정치에 복귀하는 구상이 거론된다"고 했다. 김 전 총리도 최근 강연·포럼 정치를 이어가며 야권 동향을 예의주시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여야 잠룡들의 존재감이 이재명 대표에 크게 못 미친다는 점은 정치권의 '춘추전국시대 도래' 전망을 무색케하는 대목이다. 이달 초 발표된 복수의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 여론조사상 이 대표가 과반 안팎의 지지율을 보인 반면, 여권 1강 주자인 한 대표는 이 대표 지지율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나머지 여야 잠룡들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에 그친 실정이다. 여권 잠룡들의 경우 윤석열 정부의 국정지지율 침체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데다, 보수진영의 '플랜 B'로 부각될 만한 미래 담론을 장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여권 기대주인 한 대표의 경우도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고 있으나, 용산과 노선 차별화에 국한된 행보로는 대권주자로서 효능감을 높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3김' 등 야권 잠룡들 역시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는 대신 권력 공백을 틈타 세력화를 시도하는 등 구태 '여의도 문법'에 편승하려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