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매년 반복되는 철도파업… 인력부족 얼마나 심각하길래
기재부 1566명 감축 추진 노조 “인력감축 및 업무 외주화로 인한 안전성 우려”
2025-11-18 이혜경 기자
매일일보 = 이혜경 기자 | 해소되지 않는 코레일의 심각한 인력부족 문제로 인해 철도노조의 태업과 파업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동조합은 18일 준법투쟁을 시작으로 오는 21일 총파업 예고 기자회견 등을 거쳐 다음 달 초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8일 철도노조가 첫 열차부터 준법투쟁에 돌입하면서 수도권 전철과 수인분당선·경의중앙선·서해선 등이 지연 운행돼 시민들이 불편함을 겪었다. 코레일 측은 “열차 지연의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 열차의 목적지를 변경하거나 운행중지할 수 있으니 이용에 참고해달라”며 “철도노조의 태업으로 인한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간 철도태업과 파업이 반복되면서 근본적인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철도노조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회 이상 총 170일간 태업했다. 태업으로 인해 도착이 지연된 열차 시간만 760시간에 달한다. 이처럼 철도노조가 태업을 반복하는 이유는 부족 인력 충원 및 임금 인상 등을 놓고 코레일 사측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도노조의 주요 요구는 △4조 2교대 전환 △개통노선에 필요한 인력 등 부족인력 충원 △정부가 정한 그대로 기본급 2.5% 정액인상 △231억 임금체불 해결 △공정한 승진제도 도입 △외주화 인력감축 중단 등이다. 철도노조는 지난 14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철도공사의 인력부족은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철도공사는 올해 개통한 서해선을 비롯해 연말 개통 예정인 중앙선·동해선·중부내륙선 등 9개 노선에 필요한 인력 211명을 제대로 충원하지 못했다. 철도노조 측은 “기재부가 1566명의 정원 감축을 추진하는 가운데 철도공사의 인력공백은 업무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만성적인 적자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인력 감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코레일의 부채는 약 20조4654억원이며 부채로 인한 연간 이자는 3619억원으로 하루 10억원 꼴로 나가는 상황이다. 적자로 인한 인력감축은 서울교통공사도 마찬가지다. 서울교통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공사는 승객 1명을 태울 때마다 798원씩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철 적자에 따라 부채 규모가 늘어나면서 서울교통공사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비용은 하루 평균 3억7000만원에 달했다. 적자가 누적되면서 총부채 규모는 지난 6월 기준 7조833억원으로 불어났다. 서울교통공사 사측은 경영정상화를 위해선 인력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공사는 요금인상과 인력 구조조정으로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2026년까지 2211명을 감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공사 전체 정원의 13%가 넘는 인원이다. 노조는 인력감축과 사측이 대책으로 내세운 업무 외주화가 확대될 경우, 사고 발생이 증가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서울 은평구 연신내역에서 발생한 감전 사망사고 당시에도 3명의 인력이 정기검사와 특별 점검을 3시간 안에 모두 마치기 위해 각자 다른 위치에서 업무를 수행했다. 철도노조는 “매년 2명꼴로 철도노동자가 작업 중 사망할 정도로 철도현장의 노동조건은 여러 문제가 있다”며 “정원대비 부족한 인원인 800여명이라도 우선 충원해 급한 불부터 끄자는 입장이고, 최소 인원도 없어 안전업무를 민간에 넘기는 일은 막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서은숙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매번 반복되는 철도파업을 해결하기 위해 경영진과 노조 측의 소통이 중요하다”며 “이번과 같이 개통노선이 추가된 경우에는 그에 맞는 인력이 충원돼야 하고 이와 관련해 노조 측과 사전협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코레일이 대책 마련으로 업무 외주화를 추진하며 노조의 불안감이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에 불안감을 없애주는 구체적인 계획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교수는 “유럽의 경우 파업 참가자가 100만명이 넘는 경우가 많고 그에 따른 파업효과가 크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며 “단순하게 불편함과 경제적인 피해만 생각할 게 아니라 노동자의 입장에서 파업 원인이 무엇인지 알고 노동자를 비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