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목 끌어야 산다”…유통街, 새 먹거리로 IP 키운다
굿즈 활용부터 글로벌 진출까지 등 활용 범위 다양 MZ세대 필두 ‘디깅 소비’ 확산에 IP 사업 성장 전망
2025-11-19 민경식 기자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유통업계가 지식재산권(IP)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굿즈 등을 개발해 수익 실현과 별도 마케팅 투자 없이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MZ세대를 심도있게 파헤치는 ‘디깅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IP 사업 활용 범위도 넓어질 전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펀딩 플랫폼 ‘와디즈’는 ‘펀딩’, ‘예약구매’ 등 전략을 바탕으로 다른 채널에서 아직 유통되지 않은 IP 제품을 내놓고 있다. 해태제과와 보조배터리 업체 미니덕트의 컬래버로 마련한 ‘오예스맥세이프보조배터리’를 최초 공개했다. 해당 제품은 오예스 포장 디자인을 그대로 재현한 패키지로, 마치 오예스를 뜯었을 때 보조배터리가 나오는 색다른 연출을 보여준다. 와디즈에 따르면, 지난 11일 시작한 해당 펀딩 프로젝트에 누적 펀딩액이 3억원을 돌파했다는 설명이다. 누구나 한개쯤은 가지고 있는 보조배터리에 친근한 IP를 이식해 시선을 효율적으로 사로잡았다는 분석이다. 펀딩 플랫폼은 여타 유통 채널과 달리 긴 상세페이지가 특징을 지녀 협업 기업 입장에서도 대중에게 친숙한 IP를 활용해 고객 접점을 늘릴 수 있다. 와디즈 관계자는 “대중에게 익숙한 식음료 브랜드 IP를 새로운 아이디어 제품에 입히면 브랜드 캐릭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소비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며 “친숙한 IP를 통해 브랜드와 고객이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은 2018년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한 자체 캐릭터 벨리곰의 IP 사업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170만 팬덤을 보유한 벨리곰은 2022년 초대형 공공전시를 계기로 팝업, 굿즈 판매 등 오프라인 활동까지 보폭을 확대하며 국내 대표 캐릭터로 거듭났다. 2022년 이후 라이선스 수익, 굿즈 판매 등으로 발생한 누적매출은 2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매출액은 전년 보다 20% 넘게 신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태국, 일본, 대만 등 현지 기업과 벨리곰 IP 활용에 관한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면서 글로벌 시장에도 문을 두드리고 있다. ‘벨리곰 매치랜드’라는 이름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에도 진출했다. 지난 7월 영국에서 1차 론칭을 기점으로 태국, 인도네시아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세부적인 시기는 잡히지 않았으나 국내 출시 시점을 올해로 내다보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는 쓱데이를 맞아 키즈 콘텐츠 ‘캐릭터 퍼레이드쇼’를 최근 전개했다. ‘캐릭터 퍼레이드쇼’는 화제성 높은 IP브랜드들과 컬래버해 대형 풍선을 선보이는 ‘스타필드 벌룬 페스티벌’과 함께 스타필드 대표 어린이 행사다. 이번 ‘캐릭터 퍼레이드쇼’는 전년 대비 20% 증가한 총 60종의 캐릭터들이 출동해 다양한 퍼레이드를 선보였다. 코코몽, 로보카 폴리, 브레드 이발소, 타요 등 어린이 완구 캐릭터를 비롯해 쿠키런, 농심, 해태, 플레이송스 등의 게임, 식음료, 교육 브랜드 캐릭터까지 참가했다. 하이트진로도 두꺼비 캐릭터를 활용한 IP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두꺼비 캐릭터는 2019년 4월 출시한 ‘진로’ 소주 모델로 귀엽고 앙증맞은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젊은층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국내 최초 주류 캐릭터샵 ‘두껍상회’를 오픈하는 등 다양한 굿즈로 맹활약 중이다. 최근에는 크리스마스 에디션 출시 및 두꺼비 활용 콘텐츠 등을 기획했다. 이번 진로 크리스마스 에디션은 진로의 캐릭터 두꺼비가 산타 모자와 목도리를 두르고 인사하는 모습을 담았다. 산타 두꺼비를 활용한 포토존, 키링, 토퍼 등 소비자 경품으로 준비해 유행 채널을 공략하는 한편, 독립 매대를 비치해 자이언트 산타 두꺼비 트리로 가정 채널을 겨냥한다. 젊은 세대 중심으로 선호 콘텐츠에 깊게 빠져드는 디깅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IP 산업이 앞으로도 성장세를 이어갈 거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3 캐릭터 이용자 실태 조사’에 따르면, 캐릭터 IP 활용 상품을 구매해 본 소비자 비율은 전체 응답자 가운데 75.8%를 차지했다. 국내 캐릭터 IP 시장 규모는 2020년 13조 6000억원에서 내년 16조2000억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에서 IP를 활용한 사업확장으로 또다른 수익원을 만드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다만 트렌드와 소비 행태가 급변하는 만큼 IP 사업이 단순 환심용 수단이 아닌 장기적인 캐시카우로 성장하도록 경쟁력을 골고루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