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韓경제 한파… 내수부진에 식품관세 우려까지
원재료값 상승‧보편관세·강달러…국내기업 부담 ↑ 내수시장도 꽁꽁…자영업 폐업률 코로나 때 수준
2025-11-19 강소슬 기자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한국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실물경기는 여전히 위축된 상태이다. 강달러와 수입 원재료 가격 상승, 그리고 관세 폭탄 우려가 겹치면서 한국 경제에 심한 한파가 예상된다.
19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해 10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2.0% 상승한 127.4포인트로 집계됐다. 이는 9월부터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FAO는 24개 품목에 대한 국제가격 동향(95개)을 조사해 5개 품목군(곡물, 유지류, 육류, 유제품, 설탕)별 식량가격지수를 매월 작성·발표한다. 2014~2016년 평균값을 100으로 이보다 높으면 인상, 낮으면 하락으로 평가한다. 원재료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면서, 특히 곡물과 유지류, 유제품, 설탕 등 수입 비중이 높은 품목에서 원가가 증가하고 있다. 고환율 기조가 지속되면서 원‧부자재 비용이 상승하고, 이는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최근 커피, 맥주, 아이스크림 등 먹거리 가격이 일제히 인상되는 가운데, 일부 외식업체는 이중 가격제를 도입해 소비자 물가 지수가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관세폭탄을 앞세워 자국 보호무역에 열중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수출에 불리한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도 커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보편 관세’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중국에는 6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나머지 국가에는 10~20% 수준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는 것이 골자다. 미국이 수출 최대 시장인 식품업계와 뷰티업계는 물론 국내 중소기업까지 수출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식품업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로 미국에 식품을 수출하지만, 향후 보편 관세가 적용될 경우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고물가로 인한 소비침체가 길어지면서 내수 시장 상황도 좋지 않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3분기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내수 동향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소매판매액지수가 3분기 100.7(불변·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1.9% 감소했다. 15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인 지난 분기(-2.9%) 대비 3분기 감소 폭은 줄었으나, 감소세는 지난 2022년 이후 10분기째 이어졌다. 1995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긴 기간 감소세 흐름이다. 정부는 3분기 내수는 반등했다고 평가하지만, 1년 전과 비교해도 여전히 소비 지표는 부진한 상황이다.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며 자영업자들의 폐업률도 증가했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폐업한 외식업체는 6290곳으로 폐업률은 4.2%를 기록했다. 배달 수수료 및 인건비, 원재료 상승 등 다양한 요건으로 인해 경영난이 심화하며 폐업하는 경우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폐업수는 3.5%나 늘어 올해 2분기 폐업률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 1분기 4.4% 폐업률과 근접한 수준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식량가격지수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달러 강세 등 환율 변동은 수입 비중이 높은 원‧부자재 비용을 증가시킨다”며 “이러한 환경은 국내 장바구니 물가도 끌어 올릴 수 밖에 없어 정부는 전략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