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더 강해진 트럼프 충격파…K-산업 희비

조선·방산 '트럼프 효과' 톡톡히 받으며 美 시장 진출도 가시화 반면 IRA 전기차 보조금 폐지 검토하며…車·배터리 타격 불가피

2025-11-19     서영준 기자
미국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국내 산업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조선, 방산 분야는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 정책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반면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은 트럼프발(發) 리스크로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랠리가 현실화된 산업은 조선업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결과가 나온 직후인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 조선업에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군함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고 유지·보수·정비(MRO)에서도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콕 짚어 언급한 만큼 국내 조선업계는 선박 수출과 함정 유지·보수(MRO) 사업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방산업계도 트럼프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7월 대선 공약집에서 "미국 무기고는 텅 비었다"며 "미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미군에 기록적인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 방산 기업에 1000조원 넘는 미 방산 시장 진출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아울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게 '안보 무임승차론'이라고 비판하면서 방위비를 GDP 대비 3% 이상으로 인상하라고 압박해 왔다. 만약 나토 회원국이 트럼프 당선인의 요구대로 GDP 대비 1%의 국방비를 인상한다면 이는 5000억 달러, 700조원 규모가 인상될 전망이다. 나토 회원국의 국방비 증가도 K-방산의 호재란 평가다. 현재 튀르키예, 폴란드, 노르웨이, 핀란드, 에스토니아, 루마니아 등 6개국이 K-방산의 대표주자인 K9 자주포를 운용하거나 도입을 앞두고 있다. 이들의 K-방산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인접 국가인 이들이 다양한 협업 과정에서 K-방산의 강점을 경험한 결과다. 반면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업계는 불확실성 확대로 긴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 재집권 이후 반도체 지원법(칩스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축소 또는 폐기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IRA를 거세게 비판하면서 '전기차 의무화'(EV mandate)를 끝내겠다고 거듭 공약한 바 있다.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가 현실화되면 최근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 내 전기차 보급 확산이 억제되면서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길어지고 업황 반등 시점도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업계는 특히 IRA 보조금을 겨냥해 미국 현지 생산 거점 설립에 적극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해왔기에 사업 계획이 큰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IRA에 대응해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지어 최근 가동에 들어갔다. 국내 배터리 3사도 각각 완성차업체와의 합작 법인 또는 단독 공장 형태로 미국에 공장을 활발하게 짓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최근 캐즘에 따른 실적 둔화에 IRA상 생산 세액공제(AMPC)로 영업이익을 간신히 메우는 상황이었다. 다만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법을 폐지하려면 다시 의회 동의가 필요한 만큼 IRA 법 자체는 전면 폐기 강행이 쉽지 않으리라는 관측도 있다. 이른바 'IRA 수혜주'들의 연방 상하원 의원 대부분이 공화당 소속인 데다 공개적으로 IRA 폐기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