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위기를 기회로"…K-산업, '트럼프 2기' 돌파구 찾아라
K-배터리 업계, ESS 등 사업 다각화로 활로 모색
K-철강, 친환경·고부가가치 철강재 개발에 승부수
2025-11-19 서영준 기자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국내 산업계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밀려오는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돌파구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캐즘으로 불황이 장기화된 가운데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리면서 국내 배터리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절실해진 배터리업계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비롯한 사업 다각화로 활로를 찾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올해 1~3분기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누계액은 총 1조3787억원으로 집계됐다. AMPC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자에 지급되는 보조금으로, 국내 배터리사의 수익을 좌우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3분기 AMPC 누계액은 각각 1조 1027억원, 2111억원인데 AMPC를 제외하면 두 회사 모두 영업 적자로 나온다.
업계에서는 2기 트럼프 행정부가 AMPC까지 폐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AMPC 보조금이 사라지면 국내 배터리사가 북미 투자를 줄이거나 철수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들이 투자한 북미 공장이 미국 공화당 우세지역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발 불확실성이 현실로 드러난 만큼 배터리 업계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수익성을 회복하겠다는 전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지난달 탈전기차 전략을 중심으로 한 중장기 발전계획을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집중했던 사업구조를 ESS 등 비전기차 사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법인인 버테크가 최근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테라젠에 2조원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SDI도 ESS 사업 확대를 위해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망을 준비한다. 삼성SDI 울산사업장은 지난 9월부터 LFP 배터리 ‘마더라인’(신제품 양산 여부를 검증하는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ESS 시장 성장세가 가파른 미국에 LFP 배터리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SK온도 지난 4일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 외 다양한 배터리 수요를 충족시킬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철강업계도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로 위기를 겪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에 따른 '관세장벽' 위험으로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최대 20%까지 인상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최대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는 1기 재임 때에도 철광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해 국내 철강업계에 큰 타격을 입힌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향후 과격한 중국산 철강 수입 제한 조치를 발동하면 자국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철강 제품이 한국 시장 등 미국의 제외한 시장으로 싼값에 유입될 수 있어 한국산 철강 제품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업계에선 국내 철강사들이 고부가가치 철강재 개발을 서두르는 한편 친환경 분야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각국의 친환경 규제에 맞춰 저탄소 기술 개발을 앞당기고 고부가 철강재로 전환해야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국내 철강사들은 인도에 신규 생산시설 건설에 나서는 등 신시장 개척을 통해 해법을 찾고 있다. 먼저 포스코는 지난달 현지 1위 철강사인 JSW그룹과 합작 제철소 건설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포스코는 그동안 해외 사업장 중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중국에만 용광로 및 전기로를 뒀는데, 인도에 처음으로 쇳물을 녹여 중간재를 만드는 일관제철소를 설치하는 것이다. 자동차용 강판 등을 연 500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투자비 10조원 중 포스코에서 5조원 정도 부담한다.
현대제철도 인도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현대제철에서는 올 3분기 인도 푸네에서 연간 23만톤 생산 규모의 푸네 스틸서비스센터(SSC)를 착공했다. 내년 4∼6월에 설비 설치 및 시험 생산에 들어간 뒤 같은해 3분기부터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여기서 생산한 강판을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인수한 푸네 완성차 공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국내 철강사들이 앞다퉈 인도 시장에 진입하려는 이유는 인도가 '넥스트 차이나'로 불리며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세계 인구 1위(14억5093만명)의 거대한 시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평균 연령 28세로 성장 잠재력도 충분하다. 지난해 기준 도시화율이 36.4%로 세계 평균(57.3%) 대비 낮아 향후 인프라 사업이 대대적으로 벌어질 것으로도 전망된다. 철강 전문 분석 기관 WSD에 따르면 인도 철강 수요는 연평균 7%씩 증가해 2030년 1억9000만톤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