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동원 당원게시판 논란 '시한폭탄'...한동훈 점점 코너로
원내외 친윤 '해명·당무감사' 압박에도 한동훈 '이례적 침묵' 친한계 "대통령 부부 비판이 뭐가 문제? 당무감사는 불가"
2025-11-20 정두현 기자
매일일보 = 정두현 기자 | 국민의힘이 최근 불거진 당원게시판 논란에 또 다시 내홍에 휩싸인 모습이다. 당원게시판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가족들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난한 글들이 폭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이에 당 안팎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대표를 향한 '해명' 압박과 진상 규명을 위한 당무감사 촉구 기류가 거세지며 한 대표가 점차 코너에 몰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논란에 대한 고강도 경찰 수사가 예고된 점도 한 대표를 압박하는 요소로 지목된다. 여기에 그간 각종 쟁점 사안에 확실한 의사 표명을 해왔던 한 대표가 이번 사안에 대해선 '침묵'을 이어가면서, '한동훈 위기설'에 점차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친한(친한동훈)계 측근들을 통해 당원게시판에 용산을 향한 비난글을 작성한 바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에 대한 직접 해명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한 대표는 "없는 분란을 굳이 만들어 분열을 조장할 필요는 없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비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친윤계가 한 대표를 겨냥한 공세 수위를 높여가는 반면, 친한(친한동훈)계는 한 대표 엄호에 나서며 당내 갈등 양상이 짙어졌다. '원조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권성동 의원을 비롯해 친윤 김민전·김재원 최고위원, 김기현 의원 등은 일제히 한 대표의 해명을 촉구함과 동시에 제3세력의 '모략'일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당무감사로 조속히 논란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당무감사 명분으로 진상 규명과 논란 일축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은 당무감사 촉구가 한 대표 압박용이란 해석이 대체적이다. 원외에서도 한 대표를 겨냥한 압박이 거세다. 특히 한때 '윤석열 키즈'로 불리며 친윤 유망주로 지목됐던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이 반한(反韓) 최전선에 나선 상황이다. 장 전 최고위원은 최근 당원게시판에 올라온 한 대표와 한 대표 가족들 명의의 비난성 게시글들을 조목조목 짚으며 공세를 펴고 있다. 그는 20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여러 가지 객관적 증거와 자료를 제시하고 있음에도 한동훈 대표 측에서는 가족에 대해 '아니다'라는 쉬운 말 한마디를 못하고 있다"며 나아가 한 대표 부인인 진은정 변호사가 이번 논란의 복마전이라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이 밖에 한 대표의 잠정 대권 경쟁자인 홍준표 대구시장도 지난 19일 "한동훈 대표의 가족이 동원됐다면 가족 중 대표자가 될 만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이 수사의 정도(正道)"라며 한 대표를 정조준했다. 이에 친한계는 이번 논란이 '당 대표 마녀사냥'이라며 당무감사 요구에 선을 긋고 있다. 이날 김종혁 최고위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 부부 비판은 표현의 자유이자 당원 권리라며 문제가 없다는 취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논란에 대해 우리가 총력을 집중하면서 공격하고 있는데, 왜 느닷없이 당 대표를 공격하고 뒤통수를 치는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내 소장파 6선 중진인 조경태 의원도 이날 "당원게시판에 한동훈 대표 가족이 썼다 해도 무엇이 문제냐"라며 "당 화합 국면에 논란 일으키는 저의가 의심된다"고 친윤계를 저격했다. 이와 함께 이재명 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윤미향 전 의원 등 야권 인사들의 사법리스크에 집중하며 당 단일대오를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도 덧붙였다. 한편 당내 일각에선 한 대표가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매일일보>에 "한 대표가 섣부른 해명은 사태를 더욱 키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한 대표의 '이례적 침묵'을 미심쩍게 보는 당 안팎의 시각이 적지 않다"고 했다. 또 그는 당무감사와 관련해서는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비방글을 '해당행위'로 볼 수 있느냐라는 문제가 걸리기 때문에 (당무감사에 대한 당 차원의) 의사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