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 개인정보 무제한 수집…불공정 약관 무려 47개

분쟁 해결은 외국 법원서 “피해 발생해도 우리 책임 아냐”

2025-11-20     이선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중국계 이커머스인 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수집한 채 책임은 회피한 정황이 발각됐다.

20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알리익스프레스 및 테무가 사용하는 이용약관을 심사해, 플랫폼 사업자의 법률상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 부당한 개인정보 수집·활용 조항, 소비자에게 불리한 재판관할 조항 등 총 13개 유형, 47개 불공정 약관조항을 시정했다고 밝혔다. 최근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우리 국민의 해외직접구매(이하 ‘해외직구’) 규모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소비자연맹 등이 알리·테무의 불공정약관에 대한 심사를 청구하는 등 소비자 피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공정위는 알리·테무의 이용약관상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불공정 약관조항이 있는지를 면밀히 심사했다. 그 결과,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광범위하게 배제하고 소비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조항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먼저 알리·테무의 이용약관에는 △통신판매중개업자 및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 △이용자가 위법행위를 하거나 약관을 위반하여 플랫폼이 조치를 하는 경우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고 △플랫폼 사업자의 손해배상범위를 제한하는 조항도 있었다. 아울러 알리·테무의 이용약관에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수집하는 조항 △이용자 콘텐츠를 알리·테무를 비롯하여 그 계열사 등이 전방위적으로 사용하고, 이용자의 권리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조항도 있었다. 예를 들면 알리 이용약관 5.3 조항에는 ‘회원이 되는 순간 귀하는 당사 데이터베이스에 귀하에 대한 연락처 정보를 포함하는 데 동의하고, 알리 및 계열사가 다른 사용자와 연락처 정보를 공유하거나 개인 정보 보호 정책에 따라 귀하의 개인 정보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사업자가 매우 광범위하게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이용기간 등을 명시하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3자와 공유할 수 있다고 하는 한편, 이용자가 자신의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포기하고 알리·테무에게 영구적인 사용권을 부여하도록 규정하여 이용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약관이다. 이에 대해 알리·테무는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항목을 구체적으로 한정하고, 이용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자신이 제공한 콘텐츠를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하는 등 개인정보 및 이용자 콘텐츠의 수집·활용과 관련하여 부당한 내용을 더 이상 포함하지 않도록 약관을 시정했다. 뿐만 아니라, 알리·테무의 이용약관에는 이용자와의 분쟁에 대한 전속관할을 각각 홍콩 법원, 싱가포르 법원으로 정한 조항이 있었다. 테무 이용약관 18.4에는 ‘사용자와 당사 간의 모든 종류의 분쟁은 관련 법률이 금지하지 않는 한 싱가포르에 위치한 관할 법원에서 독점적으로 결정된다. 단, 관련 법률상 이러한 전속적 관할법원이 금지되어 있는 경우, 귀하는 관련 법률이 정하는 관할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사용자는 해당 법원의 재판자 및 관할권과 관련하여 속인적 관할권 및 재판관할권 부재에 대한 모든 항변권을 포기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명시됐다. 해당 조항은 알리·테무와 이용자 간 분쟁의 배타적 관할권을 외국 법원에 부여하여 국내 소비자의 소제기 또는 응소에 불편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재판관할의 합의 조항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알리·테무는 대한민국 소비자와의 관계에서 준거법을 한국법으로 함과 동시에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한국 민사소송법에 따르도록 약관을 시정했다. 이외에도 △계정 해지 사유를 모호하게 규정하고 사전 통지 없이 계정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 △웹 사이트 접속 행위를 약관 변경에 동의하는 의사표시로 의제하는 조항 △사전 통지 없이 서비스를 변경하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한 조항 △이용자 정보 공개 과정에서 손해 발생 시 소송 제기를 금지하는 조항 △재판을 받을 권리를 포기하고 중재를 강제하는 조항이 있었으며 이에 대해 알리·테무는 해당 조항을 삭제하거나 수정하여 불공정성을 해소했다. 알리·테무는 국내에서 활발히 사업을 확장하면서도 이 사건 심사 전까지만 해도 한국어 약관을 마련해 놓지 않았다가, 이 사건 심사 과정에서 비로소 한국어 약관을 마련해 게재하기 시작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연중 최대 쇼핑·해외직구 집중 기간인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소비자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알리·테무의 약관을 정상화함으로써 1300만 명에 달하는 해외직구 이용 국민의 권익을 선제적으로 보호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플랫폼을 비롯해 국민 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공정한 거래관행이 형성될 수 있도록 불공정 약관 시정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