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핵무기 교리 개편 후폭풍...美 "놀랍지 않아"
러, '美 장거리무기 승인' 결정 직후 개정 핵교리 승인 美 "러 핵교리 개정은 위선...핵 태세 조정 없다"
2025-11-20 이현민 기자
매일일보 = 이현민 기자 | 러시아가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에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핵교리(독트린)를 개정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핵교리 개정을 비판했지만 대응 조치를 취할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개정된 핵억지 분야 국가정책의 기초(핵교리)를 승인하는 대통령령(러시아연방의 핵억제정책에 관한 기본 원칙)에 서명했다고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원래 핵무기 보유국은 핵무기 사용을 위한 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다. 러시아는 이번 핵교리 개정을 통해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에 의한 어떠한 공격도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행보로 풀이된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서방 핵보유국(미·영·프)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 러시아와 동맹국인 벨라루스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중대한 위협을 주는 재래식 무기 공격이 있을 때 ▲ 러시아와 동맹국에 대한 핵무기 및 대량살상무기 공격이 있을 때 핵사용을 허용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번 핵교리 개정 관련 "우리의 원칙을 현재 상황에 맞출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푸틴 대통령은 국가안보회의에서 "핵 억제 분야 정책은 현실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새 핵교리 발표를 비판하고 나섰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지난 2년 동안 우리가 보았던 러시아의 무책임한 수사에 가깝다. 우리는 핵교리를 개정하겠다는 러시아의 발표에 놀라지 않았다"며 "러시아는 최근 몇 주 동안 핵교리 개정 신호를 계속 보냈다"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의 매슈 밀러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 핵교리 개정 승인과 관련해 "불행히도 놀라지 않는다. 이번 정책 변화는 러시아의 위선을 부각할 뿐"이라며 미국의 핵 태세 조정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당국은 러시아가 수행하는 하이브리드 전쟁에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유럽 파트너들과 긴밀히 연락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신에서는 미국의 장거리 무기 사용 승인이 러시아의 교리 변경에 상당 부분 기인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유럽에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장거리 무기 사용을 승인해달라고 끈질기게 요청했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얼마 전 러시아 본토 타격이 가능한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허용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는 제공한 장거리 전술 탄도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19일(현지시간) 새벽 러시아 본토를 타격했다.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조건 완화 등이 겹치면서 양국 간 확전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