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외인 이탈 속수무책… 하반기 16조 썰물

외인 주식투자 8~10월 3개월간 115.9억달러 순유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반도체·AI 우려에 탈주

2025-11-20     서효문 기자

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올해 하반기 국내 증시에 ‘외인 이탈’ 효과가 심각하다. 최근 석달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 시장에서 약 16조원을 순매도,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20일 한은에 따르면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석 달 연속 순유출됐다. 순유출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투자자금이 들어온 자금보다 많았다는 뜻이다. 해당 기간 외국인 투직투자금 순유출 규모는 약 115억9000만달러로 한화 약 14조9930억원(환율 1379.9원 기준)이다. 지난 9월(55억7000만달러)의 순유출 규모는 2021년 5월(-82억3000만달러)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달에도 외인들의 순유출은 이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달 들어 18일까지 1조9300억원을 순매도했다. 외인들의 이탈 이유로는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라는 배경 속에서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 성장 불확실성 ▲국내 반도체 기업 전망 우려 등이 꼽힌다. 특히 반도체 우려의 경우 최근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소각 발표를 보면 잘 드러난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장 마감 이후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4일 주가가 4만9900원. 일명 ‘4만 전자’를 기록한 이후 내놓은 대책으로 이후 해당 발표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5만6700원(18일 종가 기준)까지 올랐다. 해당 발표에도 불구하고 외인들의 국내 증시 이탈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자사주 매입 소식을 알린 린 지난 15일과 금융당국의 5000억 규모 밸류업 펀드 집행 소식이 전해진 지난 18일에도 각각 594억원, 529억원을 순매도했다. 삼성전자도 외인들의 탈주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자사주 매입 소식이 알려진 지난 15일 외인들은 삼성전자를 1279억원 순매수 했지만 지난 18일 1635억원, 19일 1265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최근 자사주 매입이라는 것을 발표하면서 일시적으로 반등을 보였지만, 외국인들은 본업의 경쟁력이라는 부분에서 호의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었다”라며 “여러 경쟁업체 대비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실적이 부진한 점이 최근 외인들의 순매도가 이뤄지는 가장 큰 이유”라며 자사주 매입 발표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시사했다. 그렇다면 향후 외인들의 순매도 행진을 멈추는 동력을 찾아볼 수 있을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은 이런 질문에 물음표를 찍게 만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 한국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다 수출 중심 경제구조 상 타격이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일명 ‘칩스법(반도체지원법)’을 폐기할 수 있다는 전망에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한편, 외국인들은 주식과 달리 석 달째 한국 채권은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은 지난 8∼10월 125억6000만달러 순유입됐다. 10월 말 환율 기준으로 약 17조3315억원 규모다. 지난 8월 순유입 규모(54억7000만달러)는 작년 5월(89억6000만달러) 이후 가장 컸다. 한은 관계자는 “외국인은 개별 회사채보다는 한국 국채를 사는데, 채권 투자를 하는 입장에서 우리나라 국채는 여전히 메리트가 있는 채권”이라며 “세계 주요국 중에서도 우리나라 성장률이 좋은 편이고, 같은 신용등급의 국가 채권들과 비교해 금리 수준도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