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고금리 충격' 부동산시장서 힘 잃은 2030
고금리·대출규제에 젊은 영끌족 거래 급감 세부담 완화에 40대 이상·다주택자 매수↑
2025-11-20 권한일 기자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고금리에 이어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20·30대 젊은 층의 주택 처분이 늘고 매수세가 꺾이고 있다. 과거 저금리 시기에 '영끌'(대출 비중 최대치로 주택 구입)로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 일대에서 집을 매수한 이들이 고금리와 시세 하락으로 매도 후 재매입에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통계청의 '2023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30세 미만 주택 소유자는 25만2000명으로 전년대비 2만2000명 줄었다. 30대 주택 소유자는 2022년 154만1000명에서 지난해 148만명으로 6만1000명 감소했다. 반면 50~60대 중장년층 주택 보유 비중은 크게 늘었다. 50대와 60대 주택 소유자는 지난해 393만8000명, 355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각각 8만6000명, 16만8000명씩 늘었다. 70~80대 주택 보유자도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자산이 많은 중노년층은 정부의 종부세 개편과 조세부담 완화로 주택 매입에 나선 반면 청년층은 금융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금리로 젊은 층의 주택 매매가 활발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에서 과세 기준은 1주택자는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다주택자는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완화됐다. 또한 2주택자에 대한 중과세가 제외됐다. 다만 올들어 서울·수도권 집값이 다시 오르면서 30대 매수 비중이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지만, 지난 9월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 및 시중은행들의 가산 금리 상향으로 30대 매수 비중은 다시 급감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매입자 연령대별 아파트 거래 현황'을 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만 해도 30대 거래 비중은 27.8%로 40대(26.9%)보다 높았지만, 9월 들어 다시 40대 거래 비중이 30대(26.6%)를 넘어섰다. 40대 비중이 30대를 추월한 것은 지난 2022년 8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특히 9월 서울 아파트 30대 거래 비중은 27.0%로 작년 11월(29.3%)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업계와 학계에선 정부의 대출 규제와 디딤돌 대출 한도 축소(서울·수도권 아파트 대상) 방침으로 30대 이하 매수세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이는 다주택자와 무주택자 간 간극이 커지는 등 사회적 불균형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고준석 연세대학교 상임교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수 있어 정부와 금융권이 청년들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저금리 대출 확대와 한도 증액 등을 추진해야 한다"며 "다주택자의 경우 임대사업 등록을 유도해 임대료 상승을 억제하고 세제 혜택을 제공하면 임대차 시장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교수는 "대출제도를 확대해 보금자리론이나 신생아 특례대출의 한도를 90%까지 늘려 청년들이 직접 매매할 수 있도록 저리 대출을 늘려야 한다"며 "주택 구매 형평성을 위해 정부는 청년층과 무주택자를 위한 맞춤형 주택 프로그램 확대 및 공공임대·주거비 부담 완화 정책을 통해 저소득층에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