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고착화된 ‘甲乙관계’…中企 협상테이블 지위 강화 필요
중소기업 5곳 중 1곳, 불공정행위 경험 피해기업 90%는 ‘별도 대처 못 했다’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대‧중소기업 간 상생 노력에도, 중소기업이 겪는 불공정행위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대중소기업 간 불합리한 거래관행을 개선하고자 도입된 제도에는 대표적으로 납품대금 연동제가 있다. 중소기업은 그간 대내외적 변화로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더라도 그 변동분을 납품대금에 제때 반영할 수 없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이 제도를 통해 이러한 불합리를 다소 개선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최근 조사에서도 대기업과 거래한 중소기업 5곳 중 1곳이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행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3년간 대기업과 거래한 경험이 있는 중소제조업체 5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조사 대상기업의 20.4%는 대기업과 거래하며 불공정행위를 겪었다고 답했다. 불공정행위 유형으로는 △‘부당한 납품단가 결정 및 감액’(68.6%) △‘부당한 계약 취소 및 변경’(25.5%) △‘부당 반품’(23.5%) △‘대금 미지급·지연 지급’(21.6%) 등이 꼽혔다.
부당한 납품단가 결정 원인엔 △‘대기업의 상생노력 부족 및 무분별한 이익 추구’(59%) △‘불공정거래 처벌이 약해서’(16%) △‘중소기업의 협상력이 낮아서’(14.8%) 등이 가장 많이 지적됐다. 대기업의 불공정 판매거래에 대한 대응으로는 절반 이상의 중소기업이 아무 대응도 하지 않은 채 수용했다(55.9%)고 응답했다.
불공정행위 근절 관련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의 역할이 적절했는지를 두고는 32.8%가 ‘매우 또는 다소 부적절하다’고 봤다. ‘적절하다’는 응답 13%에 그쳤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 및 양극화 해소를 위한 과제로는 ‘중소기업 협상력 강화 등 납품단가 제값 받기 환경 조성’을 꼽은 비중이 66.2%로 가장 많았다.
무엇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상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협상력이 약한 만큼, 협상테이블에서 상대적 약자인 중소기업의 협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청업체인 중소기업은 거래단절 등의 부담으로 인해 불공정한 상황에 놓이더라도 강경하게 나서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공정거래 행위를 경험한 중소기업의 대부분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의 ‘불공정거래 피해기금 도입을 위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불공정거래 행위를 경험한 업체 중 90.5%는 ‘피해구제를 위한 별도의 대처를 못했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그 이유로 ‘가해기업과 거래단절의 위험이 있어서’라는 응답이 51.9%, ‘피해구제를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37.0%)’와 ‘손해입증이 어려워 실질적인 피해보상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아서(37.0%)’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