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눈덩이 고정비‧변동비…中企 경영여건 악화일로
올해 1~10월 파산 신청 건수 1583건으로 전년比 16% 상승 대출 상환 어려움 속 전기요금 인상 등 비용 늘어 부담도 확대
2025-11-21 신승엽 기자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중소기업계가 각종 비용 문제에 직면하면서, 지속가능한 경영여건 조성을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그간 호소와 달리 실제 지표에서도 위기감을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중소기업의 위기는 현실로 다가왔다.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위기가 지속되는 한편, 늘어난 부채 등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상환유예 등의 지원책을 펼치고 있지만, 경기 회복 없이는 유예도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 비용과 인건비도 확대된 만큼, 앞으로의 경영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각종 지표에서도 위기가 관측된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경쟁력을 잃은 업체는 파산 및 폐업 수순에 들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창업이 늘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고 있지만, 소기업의 창업이 늘어나 지표상으로 창업이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폐업도 빠르게 증가했다. 특히 올해는 폐업 수순을 밟는 업체가 급증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개인·법인)는 98만6487명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았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법원의 법인 파산 신청 건수도 급증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국 누적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58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1363건) 16.14% 증가했다. 이중 파산 선고가 인용된 법인은 1380곳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구조는 모두 비용 측면에서의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우선 전기요금을 비롯한 변동비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수익성 정상화를 내세워 이용료를 인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전기요금을 인상해 중소기업 현장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중소기업들의 전기요금을 1kWh당 164.8원에서 173.3원으로 5.2% 올렸다.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은 없었다. 전기요금은 아직 납품대금 연동제에 반영되지 않는다. 자체적인 생산 비용이 증가해도, 거래처가 해당 비용을 납품단가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수도권과 지역 중소기업의 갈등까지 유발 가능한 정책도 준비 중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수도권과 지방에 다른 전기요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전력 자급률이 높은 지역의 전기요금은 인하되는 반면, 자급률이 낮은 지역은 전기요금 부담이 증가하는 구조다. 중소기업도 수도권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중소기업계 전반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역별 중소기업수 통계(2022년 기준)를 살펴보면, 전체 804만 중소기업 가운데 서울과 경기에 소재한 중소기업은 각각 166만6000곳, 221만1000곳에 달했다. 전체의 절반 가량인 48%에 달하는 수치다. 생산비용 증가와 맞물려 대출 부담도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26조9667억원에서 665조7354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대출 문턱이 높아져 대출 잔액의 상승세는 줄었지만, 중소기업이 상환해야 할 대출은 여전히 경영위기를 부추기는 요소로 꼽힌다. 결국 늘어난 대출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중소법인 대출 연체율은 9월 말 기준 2022년 0.33%, 2023년 0.52%, 2024년 0.68%로 집계됐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중소기업도 대출을 상환할 여력을 상싱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러한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선택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부정적인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연 3.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하지만 중소기업계는 은행 대출 문턱에서 금리 하락을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신규 대출 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뿐 아니라 원자재와 인건비도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분류된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10월 중소기업 경영 애로사항(복수응답)으로는 ‘내수 부진’이 63.1%로 가장 많이 꼽혔고 이어 ‘인건비 상승(48.2%)’, ‘원자재 가격 상승(29.1%)’ 순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공급망 위기는 여전히 중소기업계에 부담으로 작용 중이다. 중소기업 현장에서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경기도에 소재한 한 금형업체 관계자는 “현재 숙련공을 중심으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어, 인건비 문제는 어느정도 감당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전기요금 인상은 금형업체에 치명적인 사안으로 작용한다. 공정 자동화 등으로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었지만, 전기요금 인상에 따라 다시 적자전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평택시의 한 화장품 생산 업체 관계자는 “현재 인건비 감당이 어려워 회사의 대표와 임원들도 생산라인에 내려와 쉴 틈 없이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며 “전기요금 인상으로 생산단가까지 적자가 날 경우, 더 이상 경영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