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경 칼럼] 직업계고, 학생 수요에 맞춰 일반고로 변화 도모해야

2025-11-21     매일일보
박성경
2024년 직업계고를 졸업한 학생 중 곧바로 취업한 학생은 26.3%에 불과하다. 반면 대학 진학률은 48%에 달한다. 직업계고의 취업률은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반대로 대학 진학률은 5년 연속 상승하여 지속적으로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는 직업계고의 설립 목적이었던 '현장 중심 기술 인재 양성'보다는 '대학 진학을 통한 학문적 성취'를 추구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러한 경향은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등학교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직업계고의 취업률 감소는 해당 세대의 직군 선호도 변화가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4년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통계조사'에 따르면, 직업계고 졸업생들의 취업 분야는 제조업이 40.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도매 및 소매업(15.2%)과 건설업(10.8%)이 그 뒤를 잇는다. 그러나 제조업에 대한 청년층의 선호도는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인다. 통계청의 '산업별 20대 취업자 수'에 따르면, 제조업에 종사하는 20대 취업자는 2022년 57만2000명에서 2023년 54만5000명으로 감소했다. 2023년 하반기 제조업 미충원율이 23.4%로 전체 직군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제조업 취업자 수 감소는 일자리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층의 선호도 변화에 크게 기인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직업계고의 주요 진출 직군이 점차 사회적 선호를 잃어가면서 직업계고로의 진학 자체도 감소하고 있다. '2024년 교육기본통계'를 살펴보면, 2024년 고등학교 전체 학생 수는 127만8269명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그중 일반고 학생 수는 2.0% 증가했지만, 직업계고 학생 수는 0.5% 증가에 그쳤다. 일반고 학생 수 증가 폭이 직업계고의 약 4배에 달한다는 점은 학생들의 선호도가 일반고로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련해 경상남도교육청의 보고에 따르면 2024년 4개 학군에서 일반고 쏠림 현상이 나타나 예상보다 많은 탈락자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일반고 외 다른 유형 고등학교의 미달 인원은 전년도 500여 명에서 950명으로, 거의 2배로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일반고 선호가 극단적으로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일반고에 입학하려면 내신 성적이 약 75% 이상이어야 한다. 이 말은 곧, 4명 중 1명은 일반고 진학을 원하더라도 성적 부족으로 인해 직업계고 등으로 진학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 모든 상황을 살펴볼 때 직업계고에서 취업이 아닌 대학 진학을 선택한 학생 중 다수는 일반고 진학을 희망했으나, 성적 등의 문제로 직업계고로 진학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진학 양상은 직업계고 설립 취지와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진로의 폭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 맞춤형 교육 강화와 진로 연계 교육 도입, 고교학점제 기반 교육활동 전개를 통해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맞춰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개인의 진로 선택권을 강화하고 미래 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함양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과정의 혜택도 결국 학생이 원하는 종류의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제대로 누릴 수 있다. 성적 부족으로 일반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직업계고 등에 입학하게 된다면 그 시작부터 선택권이 크게 제한된다. 학교는 학생 수요 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 현재 상황을 직업계고의 역량 강화 및 역할 변화로만 해결하려 하지 말고, 일반고로 전환하여 학생들의 선택권을 적극 보장해야 한다. 그랬을 때 학생들의 교육 기회뿐만 아니라 직업계고 본연의 정체성과 성과 또한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