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철도노사 임금·인력 문제 평행선… 정상화 까마득
인력감축 언급 기관·안전확보 주장 노사간 갈등 여전 단기적 성과 노린 급진적 변화보다 중장기적 시각 必
2025-11-21 김승현 기자
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한국철도공사(코레일)를 비롯한 기관과 철도노조간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임금·인력 문제를 해결하고 운행을 정상화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서울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12월 5일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오는 25일부터 28일까지 4일간 전국 주요 역 앞 광장 등지에서 야간총회에 나선다. 오는 26일엔 공공운수노조 공동파업·공동투쟁 기자회견도 열 계획이다. 이날 철도노조(코레일·서울교통공사 노조) 측은 정부 임금가이드라인에 따라 2.5% 수준 기본급 인상을 요구했다. 기자회견문에는 다른 공공기관과 같은 기준의 성과급을 지급하고 임금체불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철도노조 측 관계자는 “다른 공공기관은 경영평가 성과급 지급기준이 100%로 철도노조 역시 지난 2018년 기본급 100% 기준에 합의했지만, 갑자기 기획재정부가 이를 문제 삼아 80%로 축소됐다”며 “이는 명백한 불이익이자 차별로 이로 인한 체불액만 231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인력부족 관련해선 “철도 인력 부족은 현재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서해선과 포승~평택선 및 장항선을 비롯해 오는 12월 개통 예정인 중부내륙선과 대구권광역 및 중앙선과 동해선 등에 대한 인력충원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실제 철도공사가 올해 개통한 서해선을 비롯해 나머지 9개 노선에 필요한 인력 211명은 충원되지 않았다. 기재부가 1566명 정원 감축을 추진한 가운데 철도공사 인력 공백이 업무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철도노조 측 관계자는 “위험한 일터에 인력을 충원하기는커녕 반대로 줄이고 책임만 떠넘기는 비정상적인 현실을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며 “스스로 눈과 귀를 닫고 개선을 거부한 철도공사와 그 뒤에 숨은 기재부와 국토부 입장변화를 촉구한다”고 꼬집었다. 반면 기관은 만성적인 적자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라도 인력감축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지난 2023년 기준 코레일 부채는 20조4654억원이다. 부채로 인한 이자만 1년에 3619억원에 달하며 이는 하루 평균 10억원이 이자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이는 코레일과 수도권 철도를 양분하는 서울교통공사 사정도 비슷하다. 서울교통공사 자료에 따르면 승객 1명을 태울 때 기록되는 적자는 798원이다. 이러한 적자를 포함해 부채 규모는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고 서울교통공사가 부담해야 할 이자만 하루 평균 3억7000만원에 이른다. 총부채 규모는 지난 6월 기준 7조833억원이다. 기관과 노사간 입장차로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국토부는 내달 초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비상대책본부 가동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전철 운행이 75% 수준에 머무를 것을 고려해 일부 열차 운행 목적지를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는 출근시간대 혼잡한 역 위주로 안전요원을 추가 배치해 지연 상황을 실시간으로 안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측이 대화 테이블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당부했다. 자신들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주장한 채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태도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는 게 주요 골자다. 철도 관련 학계 관계자는 “지난 2022년 12월 2일 철도노조 파업은 밤샘 마라톤협상 끝에 극적으로 합의점을 찾았다”며 “이는 오전 9시 파업이 예고된 당일 새벽으로 오전 4시 30분께 임금·단체협상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코레일은 정원 감축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지만, 오봉역 사망사고 등을 포함한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은 점을 고려해 철도노조가 요구한 3인 1조(기존 2인 1조) 작업 시행을 수용했다. 이후 고인 유가족을 찾아 공식적인 사과를 전하며 대화에 열린 태도와 모습을 보였다. 그 덕에 임금 확대 관련 내용을 그해 당장 처리하는 게 아닌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해소하는 방안을 수용시킬 수 있었다. 관계자는 “매해 이어진 철도 파업으로 인한 국민 피로감이 상당하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며 “출퇴근길 불편이 이어지면 철도노조가 아무리 좋은 대책을 제안했더라도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리 좋은 명분일지라도 급진적인 변화로 지금 당장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은 자칫 욕심일 수 있다”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차례대로 문제 해결이 가능한 방안을 마련해 이를 주장하고 기관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