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스타서 느낀 K-게임의 변화
2025-11-21 김성지 기자
매일일보 = 김성지 기자 | 다중역할수행게임(MMORPG)은 다른 장르보다 마니아층이 많고 헤비유저 비율이 높다. 단점은 시간이 흐를수록 헤비유저만 남는다는 사실이다. 이에 점차 국내 게임산업은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최근 장르 다양화를 진행하며 극복중이다. 이러한 게임사들의 기조는 이번 지스타2024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지스타2024는 44개국 1375개사가 참여하며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됐다. B2C관 2435부스·B2B관 924부스 총 3359부스가 마련됐고 21만5000여명이 현장을 방문했다. 행사는 연일 인산인해를 이뤘고, 신작 소개를 넘어 e스포츠 대회, 코스튬 플레이, 사회공헌 포럼 등 게임 산업이 나아가야 할 미래를 제시했다. 이번 지스타의 의미는 단순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도 이뤄냈다. 지스타는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인 만큼 주된 콘텐츠는 게임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는 대부분의 부스에서 시연되고 있는 게임들의 장르는 모바일과 다중역할수행게임(MMORPG)이지만 이번에는 하드코어 액션 RPG ‘퍼스트 버서커: 카잔’,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붉은 사막’ 등에 사람이 몰렸고 전형적인 MMORPG라 할 수 있는 게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러한 경향은 ‘2024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도 드러났다. 대상부터 우수상까지 상위 수상작 5개 중 MMORPG 장르로 분류되는 게임은 스마일게이트의 ‘로드나인’ 뿐이었다. 콘솔 게임도 다수 출품됐다는 사실도 고무적이었다. 과거 게임은 소위 가성비가 좋은 취미였다. 돈을 쓰지 않고도 즐길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Pay to win(이기기 위해선 과금을 해야한다)’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로 상당한 지출이 동반된다. 이에 게임사들이 모바일 게임을 선호했고, 콘솔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콘솔은 해당 게임에 대한 패키지를 구매할 때 외에는 지출할 일이 거의 없다. 주요 게임사들이 글로벌 공략을 목표로 하는 만큼 콘솔 게임의 역할은 막중하다. 해외는 우리나라만큼 인터넷 통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경우는 드물다. 이에 온라인게임보다는 콘솔 게임 보급률이 높다. 다양화된 콘텐츠는 달라진 관람객의 구성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정 성별이나 연령대에 한정되지 않았고 동호회·친구·가족·연인 등 다양한 단위로 벡스코를 방문했다. 신작 체험뿐 아니라 팝업스토어, 코스튬 플레이, e스포츠 대회 등 다채로운 즐길거리로 인해 게임산업의 가능성을 확장했다. 정부과 지스타조직위는 게임스컴과 도쿄게임쇼와 위상을 나란히 하는 글로벌 게임쇼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반면 이들의 행보는 국내에만 한정돼 있다. 지스타 전야제 성격인 게임대상은 국내 게임만을 대상으로 하며 해외 게임사 대상 홍보활동도 찾아볼 수 없었다. 44개국에서 참여했지만 대부분 B2B관으로 참여했고 블리자드·소니·에픽게임즈 등 유명 해외 게임사는 참가하지 않았다. 물론 국내 최대 게임쇼라는 타이틀도 나쁘지 않다. 다만 주최 측에서 그에 대한 노선을 명확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