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규제에 전셋값 상승세도 주춤… 월세 풍선효과

금융권 대출 막히자 월세 쏠림 심화, 가격 급등

2025-11-24     김승현 기자
정부

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정부의 대출규제로 주택 매매값에 이어 전셋값 상승세도 주춤한 가운데 월세값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24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18, 수도권 아파트 월세지수는 119.6을 기록했다. 서울의 경우 관련 통계를 작성한 지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지난 1월과 비교할 때 각각 5.9p 및 5.4p 올랐다. 한국부동산원 10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서도 월세가격지수 상승폭이 전세나 매매보다 컸다. 수도권 월세가격지수는 지난 9월 0.22%에서 10월 0.24%로 올랐다. 연립이나 단독주택 등을 제외한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0.27%에서 0.3%로 상승폭이 가장 컸다. 반면 수도권 주택종합매매가격지수는 지난 9월 0.39%에서 10월 0.22%로 하락했다. 전세가격지수는 9월 0.4%에서 10월 0.33%로 상승폭이 축소됐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대비 0.05%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상승폭은 지난주(0.06%)보다 감소했다. 수도권에서도 지난주 이상 상승세를 기록하지 못한 채 0.07%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정부 대출규제에 전세자금대출 한도가 줄고 높은 대출 금리로 실수요자가 매매나 전세 대신 월세로 눈길을 돌린 것으로 해석된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정부 대출규제로 내 집 마련을 위한 목돈을 구하기 힘들어진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차라리 보증금을 낮추고 그중 일부를 월세로 내는 계약이 늘어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1인 가구 거주주택 소유 형태 조사에서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유형은 45.1%를 기록한 월세다. 이는 지난 2022년 조사와 비교할 때 8.9%p 증가한 수치다. 전세와 자가는 각각 30%와 21.8%를 기록해 같은 기간 대비 2.1%p 및 6.2%p 줄었다. 거래도 늘었다. 아파트 실거래가 플랫폼 아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월세매물은 1만4959건에서 1만9750건으로 32% 늘었다. 같은 기간 전세매물은 22.3%, 매매는 10.9% 늘어 차이를 보였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전·월세 통틀어 서민들의 주택 마련이 더 어려질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난 2022년 전세사기 확산 후 월세가 급부상한 요인도 있지만, 부동산시장이 장기 침체기에 빠진 가운데 신규 아파트 공급은 줄어드는 등 부정적인 이슈만 많다”며 “당분간 월세시장으로의 쏠림 및 가격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문제나 수요자심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월세값 상승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