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주춤한 백화점, 스포츠족 공략 돌파구
백화점 3사, 올 3분기 수익성 일제히 떨어져 러닝 시장 확대 감안…전문관, 팝업 등 마련
2025-11-24 민경식 기자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백화점업계가 최근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며 전통 오프라인 강자로서 자존심을 구겼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소비심리가 위축하고 늦더위라는 기후적 변수까지 덮친 탓이다. 그간 실적을 견인하던 명품 카테고리까지 주춤한 가운데, 돌파구 중 하나로 스포츠 웨어 강화를 꺼내들고 있다.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골프, 테니스에 이어 새로운 유행으로 급부상한 러닝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3사(롯데·현대·신세계)는 만족스럽지 못한 3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은 영업이익은 7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다. 매출은 7553억원으로 0.8% 줄었다. 현대백화점은 영업이익 710억원, 매출 5683억원으로 각각 11%, 2.1% 축소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매출이 6196억원으로 2.5% 올랐으나 영업이익은 883억원으로 4.8% 떨어졌다. 실적 악화는 고금리·고물가 기조에 따라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9월까지 늦더위가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9월 말까지 30도 안팎의 무더위가 지속돼 간절기 의류 판매가 다소 부진했다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9월 유통업계 매출 분석에 따르면, 백화점의 여성 정장(-9%), 남성 의류(-8.2%) 등 대부분 패션 상품군의 매출이 쪼그라들었다. 또한, 백화점 연간 매출 20% 가량을 책임지는 명품 판매가 둔화한 것도 실적에 타격을 줬다. 현대백화점(11.6%)만 두자리 매출 증가율을 보였을 뿐, 신세계(6.6%)와 롯데(5%)는 한 자릿수로 꺾였다. 다만, 4분기에는 업황이 어느정도 회복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4분기는 블랙프라이데이, 성탄절 등 대목이 껴 있어 백화점업계 최대 성수기로 일컬어진다. 특히, 최근 MZ세대의 관심 스포츠가 골프, 테니스 등에서 러닝으로 옮겨가자, 백화점업계도 스포츠웨어 라인업을 손질하며 기민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운동화 시장 규모는 2022년 3조1289억원, 지난해 3조4150억원 등 매년 커지고 있다. 올해에는 관련 규모가 4조원을 돌파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세계백화점 전국 점포 스포츠 매장 탈바꿈하고 러너 잡기에 집중하고 있다. 먼저, 하남점은 지난달 1일 기존 나이키 매장을 ‘나이키 라이즈’ 매장으로 새단장했다. 기존 나이키 매장을 3.5배로 확대한 160평(약 530㎡) 면적에, 기존 없던 러닝과 트레이닝 카테고리 상품군을 들여왔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9월 러닝화가 포함된 ‘스포츠 슈즈’ 매출이 전년 동기 보다 35.5% 뛰었다는 설명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부산본점에 스포츠 전문관을 만들었다. 러닝족을 정조준해 특화 전문 매장을 다체롭게 꾸미고 테니스, 짐 등 스포츠 전문 브랜드 도입을 대폭 확대했다. 지난 7월 중순부터 본점에 ‘스포츠&레저관’을 리뉴얼·운영하고 있다. 스포츠&레저관은 본관 7층과 이어진 에비뉴엘 6층 ‘나이키 라이즈’ 매장까지 더하면 영업면적 기준 총 2770㎡(약 840평)에 이른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에서 지난 3월 고어웨어, 8월 ‘라이다’, 9월 ‘미즈노’ 등 러닝 관련 팝업 행사를 연이어 진행했다. 지난 21~23에는 푸마 X 코페르니 팝업스토어를 열어 풋웨어, 어패럴, 액세서리 등을 선보였다. 앞서 지난 4월에는 판교점에서 데카트론러닝 베스트셀러 제품을 준비한 팝업 행사가 열렸다. 업계 관계자는 “강추위가 예고되는 상황에서 가을·겨울 의류 판매가 조금씩 늘어나면서 패션 카테고리에 더욱 힘을 주는 모습”이라며 “고물가로 골프나 테니스 보다는 비용적 장점이 있는 러닝 시장이 커지는 추세를 반영해 관련 카테고리를 확대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데, 스포츠는 유행이 계속 바뀌는 만큼 상황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