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현대차그룹, 하이브리드 강화 전략 구체화…“캐즘 극복”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TMED-Ⅱ' 공개 목전 현대차‧기아, 하이브리드 차종‧생산능력 대폭 확대 美 하이브리드 공략 속도…무뇨스 “두배로 늘릴 것”
2025-11-24 김명현 기자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극복을 위해 하이브리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TMED-Ⅱ'가 적용된 차량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TMED-Ⅱ는 구동과 발전 역할을 맡는 2개의 모터를 기반으로 연료 효율성을 크게 향상한 시스템이다. 첫 적용 모델로는 팰리세이드 완전변경 모델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대차가 자체 개발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글로벌 완성차 중에서도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는 평가다. 현대차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성능 개선을 추진하는 건 점차 증가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함이다. 현대차는 전기차 전환을 '거스를 수 없는 큰 물결'로 판단하지만 캐즘 대응을 위해 하이브리드 비중을 대폭 늘리고 있다. 이러한 전략에는 캐즘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일각의 분석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의 장점으로 꼽히는 '유연성'이 다시 한번 부각되는 지점이다. 구체적으로 현대차는 준중형과 중형 차급 중심으로 적용됐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소형·대형·럭셔리 차급까지 대폭적으로 늘리고 있다. 기존 7개 차종에서 14개 차종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최근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판매를 대폭 늘린다는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2028년엔 133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글로벌 판매 계획 대비 40%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현대차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전 차종에 하이브리드 옵션 탑재를 추진하고 있는 점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아 역시 전기차 전환과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앞서 기아도 6개인 하이브리드차 차종을 9개로 늘릴 것이란 계획을 발표했다. 기아는 라인업 확대를 통해 하이브리드 판매대수를 올해 37만대, 2030년까지 88만여대로 늘린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의 핵심 시장이자 '트럼프 리스크' 대응이 필요한 미국 시장에선 하이브리드 강화 전략이 보다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현대차 최초의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된 호세 무뇨스 사장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LA오토쇼에서 취재진과 만나 "하이브리드 전기 자동차 제품군을 14개 모델로 두 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지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와 한 인터뷰에서도 "유연성은 현대차 전략의 핵심 중 하나"라며 "전기차를 덜 팔고 하이브리드차를 더 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계획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도 하이브리드 혼류생산 체제로 빠르게 방향을 선회했다. 주요 공장의 하이브리드 생산라인 증설까지 포함하면 하이브리드 생산능력 확충은 순조롭게 이뤄질 것이란 평가다. 현대차는 올해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판매에 힘입어 소매 판매 기준 4년 연속 연간 판매 최대 실적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현대차·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2만1679대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판매하며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4.9% 급증한 수치다.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경쟁력은 주요 테스트에서 선전하면서 한층 부각되고 있다. 최근 현대차는 독일 유력 자동차 전문 매거진 '아우토 자이퉁'에서 실시한 하이브리드 SUV 비교평가에서 1위를 거머쥐었다. '싼타페 하이브리드'가 그 주인공이다. 아우토 자이퉁은 자동차 본고장인 독일 3대 자동차 전문지 중 하나로, 독일뿐 아니라 유럽 소비자들에게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엘마 지펜 아우토 자이퉁 편집장은 "싼타페는 넓은 공간, 광범위한 안전 사양, 수준급 승차감, 뛰어난 제동 성능이 특히 뛰어나 다른 평가 차종을 압도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