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역대급 실적·성과급 잔치 예고

5대 은행 3분기 누적 순익 12조6820억원…전년비 4.67%↑ 연말 대규모 성과급 예견된 상황이나 '돈잔치' 비판에 눈치

2025-11-25     성동규 기자
서울

매일일보 = 성동규 기자  |  연말이 다가오면서 은행권에서 성과급을 둘러싼 치열한 눈치 게임이 시작됐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성과급 억제 기조를 유지해야 할 형국이다. 그러나 노조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총 12조682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조1159억원보다 4.67% 증가한 수치다.  올해 초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 관련 충당부채 전입의 영향 등으로 전년보다 8.31% 감소한 KB국민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은 적게는 0.51% 많게는 19.37% 당기순익이 상승했다. 더욱이 예대금리차 확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올 연말 대규모 성과급이 예견되는 상황이다. 은행권은 매년 기본급의 300~4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돈 잔치'를 질타하자 성과급을 200~300%대로 조정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거시경제 환경이 더 악화되면서 금융당국은 어려운 시기 서민들을 상대로 한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 수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이런 탓에 은행들은 성과급 결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 동양생명 인수를 앞두고 보통주자본(CET1) 비율 관리를 위해 부터 신규 기업대출 실적을 핵심성과지표(KPI)에서 제외하는 등 보수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출 잔액을 줄이면 KPI에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금융권 안팎에선 이를 두고 보험사 인수합병을 앞둔 우리금융그룹이 금융당국의 최종 승인심사 전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정대출 사태로 미운털이 박혀 당국의 정책 기조에 최대한 따르는 모습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성과급 규모를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각종 복리후생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 외 다른 은행들도 내부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금융노조가 올해는 정당한 보상을 받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변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5대 은행 직원의 평균 급여와 복리후생비가 1억원에 육박해 성과급 규모를 지난해 수준인 200%대에 맞춘다고 해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면서 "이러나저러나 서민 이자 부담을 외면하고 은행 곳간만 불렸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