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집주인의 세입자 갱신요구 거부, 분쟁 시 실거주 의사 입증 필수
2025-11-25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최근 세입자가 갱신을 요청할 때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이를 거절하는 사례가 늘면서, 그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세입자도 적지 않다. 세입자의 갱신 요구를 거절하려는 집주인은 분쟁 시 실거주 의사를 입증해야 한다. 단순히 거주 의사를 밝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인 거주 준비 상황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세입자는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갱신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이를 거절할 경우, 세입자가 집주인의 실거주 의사에 의문을 제기하면 그 입증책임은 집주인에게 있다. 이는 집주인의 권리 행사가 세입자의 주거 안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서 원고인 집주인 A씨는 갱신을 요구한 세입자 B씨 부부에게 본인과 가족이 거주할 예정이라며 거절 의사를 통보했다. 그러나 B씨 부부는 A씨가 실거주 계획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가 없고,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B씨 부부는 A씨가 처음에는 본인과 가족이 거주한다고 했다가, 이후 부모가 거주할 것이라고 주장을 바꾼 점을 문제로 삼았다. 1심과 2심 법원은 집주인 A씨의 거주 의사를 인정해 갱신 거절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실거주 의사는 단순한 말로만 증명될 수 없다”며, “집주인이 실제 거주할 의도가 진정한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주거 상황, 가족의 생활 계획, 이사 준비 상태 등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특히 A씨의 경우 실거주 계획이 일관되지 않고, 구체적인 준비 상황도 확인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대법원은 집주인의 실거주 의사에 대한 입증을 위해서는 주거 상황, 가족의 사회적 환경, 이사 준비 상태 등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한 자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거주 의사를 밝히는 것만으로는 갱신 요구를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갱신 요구권을 보장하면서도 집주인의 진정한 실거주 계획이 있을 경우 이를 존중하는 법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판례로 평가된다. 집주인은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실거주 의사를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 증거를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세입자도 의문이 든다면 법적 자문을 통해 집주인의 실거주 계획이 진정한 것인지 확인하는 것이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