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는 기후플레이션…내년엔 밀가루 가격 또 오를까

올해 엘니뇨로 초코∙커피 가격 급등…연말 내 라니냐 가능성 라니냐 풀리는 내년 초까지 소맥 선물 가격 급등 전망

2025-11-25     이선민 기자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기후변화로 각종 농축수산물의 수급 불안이 가중된 가운데, 기업들이 뚜렷한 대책이 없어 고심에 빠졌다.

25일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의 지구 표면 온도를 분석한 결과 지구 평균 온도가 관측이래 가장 높았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지난해 5월에는 지구 온난화의 가속으로 엘니뇨 현상이 발생했고, 연말까지 정 반대 현상인 라니냐가 도래할 확률이 60%가량 된다고 봤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올여름 기록적 폭염 이후 올겨울 기온도 평년보다 따뜻할 전망이다. 올해 12월과 1월은 평년과 기온이 비슷하고 2월은 평년보다 높을 전망이다. 아울러 라니냐로 인해 강수량은 12월과 1월에 평년보다 적을 것으로 예측했다. 문제는 라니냐 현상이 일어나면 동남아시아 지역엔 홍수가, 반대로 남미 지역에선 가뭄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올해 엘니뇨로 인해 코코아, 커피, 원당의 가격이 급등한 것처럼 라니냐가 심화하면 옥수수, 소맥, 대두 등 주요 곡물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올해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주요 커피 산지인 베트남에는 폭염이, 코코아 산지 서아프리카에선 가뭄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커피, 초코 제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기후플레이션’이라는 말이 통용되기 시작했다.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 선물 가격은 미국 뉴욕상품거래소 기준 톤 당 8635달러로 한 달 만에 16.8% 올랐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104.3% 높은 수준이다. 아라비카 커피 가격은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 이달 롯데웰푸드는 빼빼로, 가나 초콜릿 등 제품 17종의 가격을 평균 12% 인상했고, 이마트도 자체상품인 노브랜드 다크·밀크초콜릿 가격을 최근 980원에서 1280원으로 조정한 바 있다. 해태제과는 오는 12월부터 홈런볼, 자유시간, 포키 등 제품 10종의 가격을 평균 8.59% 인상하기로 했다. 포키와 홈런볼은 권장소비자가격을 1700원에서 1900원으로 11.8% 인상하고, 롤리폴리와 초코픽은 1700원에서 1800원으로 5.9% 인상한다. 자유시간, 오예스, 버터링 딥초코, 화이트엔젤, 티피, 얼초 등의 가격도 조정한다.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가격 불안은 장기적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원부자재 가격 인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기업들은 제품값을 올리거나, 원재료 함량을 조정해 제품 값을 유지하거나, 산지로 직접 향하고 있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직접 아프리카 가나를 찾아 원료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카카오 묘목 13만 그루를 기부했지만, 최소 5년간 새 카카오 나무가 수확하기 적당한 수준으로 자랄 때까지 카카오 가격이 떨어지기는 힘들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밀 선물 가격이 요동치면서 국내 제분업계도 밀가루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이에 따라 밀가루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관련 제품의 가격이 덩달아 오르면서 정부가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경제부총리가 직접 라면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등 식품업계 전반이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올 연말에 라니냐가 올 경우 내년 상반기 종료될 때까지 곡물가격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장기화, 올 상반기 발생한 가뭄과 서리 등으로 밀 수출을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플레이션의 연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상기후 상황에서도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도록 선물 구매에 각별히 관심을 두고 있다”며 “글로벌 산지 다변화와 대체원료 개발 등 다각도의 예비책을 통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품질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