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내년에도 중동 인프라 및 원전 수주 주목
지난 10월까지 해외수주액 중 중동 차지 비율 53.3% 다만 친이스라엘 트럼프 집권 시 중동정세 불안정 우려
2025-11-25 김승현 기자
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국내 건설사 해외수주 텃밭인 중동에서 올해도 절반이 넘는 수주액을 거둬들인 가운데 오는 2025년 중동 인프라 건설 및 원전이 효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5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달까지 수주액 중 중동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53.3%로 절반 이상이다. 수주액은 151억9246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80억611만달러) 대비 89.9% 늘었다. 이는 아시아(50억8810만달러·17.8%)와 북미·태평양(39억9055만달러·14%)을 합친 것보다 많은 액수다. 상반기로만 한정하면 중동시장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64.3%까지 확대된다. 해외수주 부문을 견인한 것은 중동 산업시설과 사회인프라 건설 및 원전이다. 해외건설통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상반기 중동에서 우리 기업이 정유과 가스 플랜트 프로젝트 등을 기반으로 거둬들인 금액은 약 100억 달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1.6% 증가한 수치다. 하반기에도 낭보가 전해졌다. 지난 12일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와 쿠드미를 잇는 500kv 초고압직류(HVDC) 송전선로 건설공사를 수주했다. 계약 규모는 1조24억원으로 지난해 현대건설 매출 약 3.4%에 해당하는 액수다. 원전 분야도 새 먹을거리로 급부상 중이다.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 2월에도 불가리아 코즐루두아 원전 입찰자격심사(PQ)를 단독으로 통과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원전 수출 1호인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을 포함해 총 24기의 대형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7월 17일 두산에너빌리티 및 한국수력원자력과 힘을 모아 팀코리아를 결성한 후 24조원대로 추산되는 체코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낮은 건설 단가(킬로와트당 3571달러)와 시공 능력을 앞세워 해외 원전 수주에 성공한 셈이다. 국내 건설사들은 중동을 비롯해 나머지 아시아 지역에 대한 협력 관계 확대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은 지난 11일 다시금 투르크메니스탄을 방문해 주요 관계자와 만나고 현지 사업 확장 방안 등을 논의했다. 현재 대우건설은 1조원 규모 미네랄 비료공장 프로젝트를 수주해 발주처와의 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일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 대통령궁에서 사미아 술루후 하산 탄자니아 대통령을 만나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을 논의했다. 탄자니아를 비롯해 지난 10월에만 필리핀과 튀르키예를 돌며 사업 기회를 모색했다. 국내 건설사가 기술적 강점을 지닌 원전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금 원전 지지를 선언한 만큼 그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 12일 바이든 행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 △원전 재가동 △기조 시설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 지난해 100.6GW에 그친 원전 발전 용량을 오는 2050년까지 300GW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동 인프라 및 원전 수주 등에 대한 기대감은 커졌지만, 트럼프 집권에 따라 중동전세가 불안정해지는 불안요소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에 친화적인 트럼프 당선인이 중동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 해외수주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강세기 해외건설협회 부장은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 외교 정책을 펼침에 따라 중동 지역에서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따라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 대규모 투자나 프로젝트가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광운대 교수는 “트럼프가 친이스라엘 정책을 펼치고 있어 중동 시장이 많이 축소될 수 있다”며 “중동 정세가 불안하면 사업 영역은 축소되고 당연하게도 우리나라 해외건설 수주액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엄근용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이 신속하게 종식되면 해당 재건사업으로 인한 수혜는 기대볼 수 있다”며 “문제는 우리 해외수주 텃밭인 중동에서의 긴장도가 커지면 신규 발주는 줄고 프로젝트가 지연되는 등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계 관계자는 “중동 시장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산업시설이나 사회인프라 및 원전 등 기존에 잘 하던 사업은 적극적으로 전개하되 당장 수익성보다 미래를 고려한 시장 진출도 필요한 때”라며 “늘 지정학적 리스크를 품은 중동에만 목매지 말고 미래가치가 높은 새로운 시장 진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