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누구를 위하여 전세보증 문턱을 올리는가?
2025-11-26 김승현 기자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 최근 세입자에게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고가 늘어나자 전세보증금 반환보험 가입은 전세계약 필수코스가 됐다. 전세가율이 높아 깡통전세 우려가 큰 비아파트 시장에서는 보증보험 가입 한도 금액까지 전세금을 정하는 게 하나의 공식이다.
인천 빌라 전세사기왕처럼 처음부터 기망 의도를 갖고 전세금을 반환하지 않는 사기범은 천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보증보험 한도가 줄면서 본의 아니게 전세금이 줄어 역전세가 생긴 임대인은 억울하다. 물론 받은 전세금을 온전히 반환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지만, 보증금 반환보증을 해주는 HUG(주택도시보증공사) 부실을 줄이고자 가입 문턱을 더 높이며 발생한 문제라면 무조건 임대인에게만 손가락질할 수 없다. 전세보증 한도가 줄어 전세금이 내려가면 세입자에게 좋은 일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이미 거주하는 세입자는 역전세가 생기며 전세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계약가능한 전세매물도 줄고 있어 세입자에게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HUG가 보증보험 가입 문턱을 올리며 급등한 역전세로 비아파트 전세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는데 HUG는 부실을 메우고자 보증보험 한도를 더 올리겠다고 한다. 전세보증에 가입할 때 빌라가격은 공시가격 150%·담보인정비율을 100%까지 허용해줬는데 전세사기가 터지자 공시가격 140%·담보인정비율 90%로 줄였다. 흔히 말하는 공시가격 150%에서 126%로 보증보험 한도가 줄어든 셈이다. 그런데도 전세보증사고가 계속 터지며 대위변제를 한 손실액이 연 4조원 규모로 커지자 HUG는 갭 투자를 방지하고 전세목적물 담보 여력을 적절히 반영하겠다는 명분으로 담보인정비율을 80%로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럼 공시가격 112% 이내로 전세보증금이 정해지면서 본의 아니게 전셋값은 더 내려가게 된다. HUG는 한술 더 떠 다주택 임대인에 대한 추가 심사도 고려한다고 전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이 50건을 초과하는 임대인에 대해 심사를 깐깐하게 하겠다는 모양새다. 실질적으로 보증보험이 막히게 되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빌라의 경우 오는 2025년 공시가격이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어 역전세가 더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전세보증 한도 축소로 역전세는 더 늘어나고 전세불신이 확산하는 비정상 상태에서 비아파트 공급을 늘릴 공급자는 없다.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려면 보증보험 한도를 공시가격 150%로 환원하고 믿고 계약하면 자동으로 안정성을 검증하는 안심전세계약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위험하다 여겨지면 전세보증금 일정 부분을 강제 예치하는 애스크로우(escrow) 제도를 도입해 전세시장을 정상화하는 게 최선이다. 정부는 8·8대책을 통해 주거사다리 역할을 하는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겠다고 해 놓고는 공급을 더 줄이는 엇박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애당초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전세보증보험을 섣불리 시행한 정부도 잘못이고 계약서만 보고 제대로 된 심사 없이 쉽게 보증보험을 남발한 HUG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