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성공단 전력공급 송전탑도 철거하나
지난달 폭파 경의선 일대 송전선 절단 모습 포착 '적대적 두 국가' 남북 철도·도로 이은 완전 단절
2025-11-26 조석근 기자
매일일보 = 조석근 기자 | 북한이 경의선·동해선 육로 폭파에 이어 개성공단 전력을 공급을 위한 송전탑까지 철거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26일 군에 따르면 북한군 수 명이 지난 24일부터 경의선 주변 송전탑에 올라가서 일부 송전선들을 자르는 모습이 식별됐다. 철탑 형태인 송전탑은 북한이 지난달 15일 폭파한 경의선 도로에 수백 미터(m) 간격으로 들어서 있다. 경기도 파주 문산에서 북한 평화변전소로 이어지는 송전 구간에 총 48기의 철탑이 설치돼 있고 15기는 북측에 있다. 한국전력이 건설한 이들 송전 설비는 2006년 12월 남북 간 연결돼 개성공단에 전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개성공단이 폐쇄된 2월부터 전력 공급 역시 중단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 대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개성공단 내 전력 공급이 일부 재개됐다. 그러나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으로 남북 관계가 냉각기를 맞으면서 북한은 2020년 6월 개성공단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이 시점부터 전력 공급은 다시 끊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초 남북 관계를 두고 '적대적 교전국'이라고 선언했다. 올해 초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수도 평양 남쪽 관문에 꼴불견으로 서있는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을 철거해버리는 등 대책들도 실행함으로써 우리 공화국의 민족역사에서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버려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7일 북한은 헌법에 "대한민국을 철저한 적대 국가로 규정했다"고 공개했다. 남북 관계를 대화 및 교류협력, 통일이 아닌 적대국으로 규정한 것으로 북한은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남북을 연결하는 시설물의 철거를 진행해왔다. 이래 남북 연결을 끊어 온 움직임의 선상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0월 경의선·동해선 육로 폭파 작업 역시 같은 맥락이다. 북한은 폭파한 동해선과 경의선에 전차를 막는 용도의 대전차구, 토산 등 군사용 구조물을 조성했다. 한편 북한이 개성공단 내 시설을 무단으로 이용하는 정황들이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다. 통일부 등에 따르면 북한이 무단 사용 중인 시설물 40여개는 주로 의류, 봉제업체 시설물들로 알려졌다. 당국은 국내 기업들이 개성공단에서 철수할 당시 두고온 원부자재도 무단 사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개성공단 내 시설물의 신·개축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국 상업위성 '플래닛 랩스'가 촬영한 위성사진에 최근 가로 30m, 세로 15m 규모 직사각형 모양 시설물이 여러 개 포착됐다. 창고로 추정된다. 기존 출입구 철거 후 새로운 출입구가 설치되고 출입시설 외곽에도 신축 건물이 들어선 것으로 포착됐다. 당국은 공단 무단가동 징후로 파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