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더미처럼 불어나는 4대강 의혹-與 '곤혹'

2009-11-12     서태석 기자

"4대강 보상비 1조5000억원에서 8조원으로 폭증?"
정호열 공정위장 "4대강 사업 담합정황 포착"
이한구 "'22조원+α'로도 안될 가능성 충분해"
박주선 "4대강 강행 헌법 위반, MB 탄핵사유"

[매일일보=서태석 기자] 한나라당이 4대강 사업 턴키공사입찰 담합의혹이 불거지자 곤혹스런 표정이다.본격적인 정부 예산심의를 앞두고 불거진 담합 논란은 4대강 예산 삭감을 벼르고 있는 야당 공세의 빌미가 되고 있다. 최근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보상비가 실제 사업과정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 당초 예정액인 1조5000억 원에서 8조 원까지 폭증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원주지방국토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4대강의 사업구역의 일부 지역인 북한강과 섬강의 토지보상비가 마스터플랜보다 3.9배, 영농손실액이 10배 이상 증가했다"며 "이를 전체구간으로 확대적용하면 토지보상비는 3조 원 이상, 영농손실액은 5조 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조 의원에 따르면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마스터플랜에서 북한강과 섬강 사업구역의 보상비는 277억9000만 원으로 산정됐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실시한 기본조사에서는 1085억2000만 원으로 3.9배 가량 증가했다. 보상면적도 401.2㏊에서 1142.6㏊로 2.8배 늘었다.영농손실 보상의 경우 국토부에서 제출한 '하천부지 영농손실 보상대상 현황'에 따르면 북한강과 섬강의 영농손실보상금이 2억6800만 원인데 반해 LH의 기본조사 자료에서는 29억3000만 원으로 10.9배 가량 증가했다. 하천점용경작지의 면적도 9.8㏊에서 114.1㏊로 11.6배 넓어졌다. 또 지난 6월 국토부가 마스터플랜에서 발표한 하천구역내 보상대상 사유지의 면적도 당초 836㏊에서 1661㏊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이를 전체구간으로 적용할 경우 토지보상비(3.9배 증가)는 당초 1조 원에서 3조 원 이상으로, 영농손실액(10.9배 증가)은 5000억 원에서 5조 원 이상으로 증가해 전체 토지보상비가 8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게 조 의원의 주장이다.조 의원은 "이번에 LH가 수행한 기본조사자료의 토지보상액은 낮게 평가된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추정한 것이기 때문에 향후 보상을 위한 감정평가를 실시할 경우 보상액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정부가 무리하게 4대강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토지보상액 산정도 제대로 하지 못해 국민부담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됐다"고 비판했다.이런 가운데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이 현재 조사 중인 4대강살리기 사업 턴키공사 입찰 담합과 관련된 정황들이 포착됐다고 밝혀 4대강 추진에 따른 반대 여론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정 위원장은 지난 11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문 질문에서 유일호 의원(한나라당, 송파을)이 4대강 턴키 입찰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우리도 그렇게 보고 있다"면서 "대체로 담합과 관련된 듯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고 긍정했다. 그는 "공정위에서 지난달 초 4개 팀을 파견해 이틀 간 현장 조사 했다"며 "현재 자료분석 중이고 여러가지를 더 검토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정 위원장은 "4대강 사업에서 논란과 잡음이 있는데 이는 4대강 사업의 장애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타냈다.정 위원장은 담합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원들 질의에 대해 일견 수긍하는 태도를 보였다. "담합에 가담한 임원도 처벌하는 것이 세계적인 동향"이라며 "글로벌 스탠더드 관점에서 우리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여권 내에서도 우려 목소리

여권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12일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기존에 정부가 제시한 '22조원 플러스 알파(+α)'보다 사업비가 더 들어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부의 재정문제를 우려했다.한나라당 내 경제통이자 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이 의원은 이날 오전 불교방송 라디오 '김재원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4대강 사업을 지금처럼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고 각종 법 절차를 무시해서 무리하게 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 신중하게 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이 의원은 4대강 사업과 관련, "지금 계산하고 있는 사업비가 '22조원 플러스 알파(+α)'인데 그것 갖고도 또 안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며 "필요성이 있다고 하면 할수록 더 철저히 준비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일도 빚내서 할 때는 더 신경을 써야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짐작컨대 (4대강 사업) 집행단계에서도 여러 가지 불공정한 입찰 문제랄지, 진행과정이 불투명하면서 여러 가지 권력형 비리, '눈먼 돈' 문제 등이 튀어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이 의원은 또 4대강 사업의 턴키공사 입찰과정의 담합 의혹 등과 관련해 "담합 문제도 제기가 됐고, 하청을 줄 때 하청회사 중에 특정 고등학교 출신들이 다 휩쓸었다는 증거도 나와 있다"며 "이런 것으로 끝을 낼지, 추가로 뭐가 나올지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언급했다.민주당이 발끈하고 나섰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4대강 사업은 명백한 헌법위반이고 법률위반이므로 이를 강행하면, 이명박 대통령은 헌법 65조에 의해서 탄핵사유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박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4대강을 반대하는 모든 의원들이 이 대통령의 탄핵소추를 해야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나라당 최고·중진 의원들은 야당의 협조를 여전히 촉구 중이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최근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시작이 절반이란 속담처럼 4대강 사업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야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장광근 사무총장 역시 "4대강 사업의 의미를 훼손시키기 위해 광적으로 집착하는 민주당의 모습에서 오히려 4대강 사업의 성과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민주당의 초조감을 읽을 수 있다"며 "정략에 의해 예산을 볼모로 잡고 국가 백년대계의 국책 사업을 무산시키는 정략적인 발상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