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해외와 다른 길 가는 야당,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은 '회사'

이정문 민주당 의원 "회사 공정성·투명성 강화" 경제계 "해외 주요국에선 볼 수 없는 사례"

2025-11-26     박지성 기자
서울

매일일보 = 박지성 기자  |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사례를 찾기 힘든 규제라고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가 명시되면서 대주주와 소액 주주, 기관 투자자와 일반 투자자, 내국인과 외국인 등 이해관계가 각기 다른 주주들이 소송전에 나서고, 결국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이와 함께 소액주주는 물론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과 법정 싸움이 이어지면서 기업의 경영권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은 이정문 의원이 발의한 것으로,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규정한 것이 핵심이다. 우선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이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했다. 이사의 경영활동이 회사뿐만이 아니라 소액주주들을 위한 것이기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며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와 '보호 의무'를 동시에 명시하면서 이사의 의무를 크게 강화했다. 대규모 상장회사의 경우 이사선임 과정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규정한 점도 소액주주의 권한 강화와 연결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최대지분을 갖지 못한 주주들도 이사선임에 영향력을 끼칠 가능성이 커진다. 또 자산규모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회사는 전자주주총회를 개최하는 것을 의무화하면서 소액 주주들의 의사결정 참여를 더 원활하게 했다. 이정문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합병·분할 등 지배구조 개편 시 소액주주의 이익을 외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며 "회사 의사결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제계에서는 이러한 법안은 해외 주요 국가에서 사례를 찾기 힘든 규제라고 주장한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 모범회사법과 영국, 일본, 독일, 캐나다 등 주요국의 회사법에서는 '이사가 주주를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며 "주요국들의 회사법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은 회사에 한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 교수는 "상법 개정안은 회사의 장기적 이익을 위한 경영판단을 지연시켜 기업 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