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경제계, 상법 개정 추진에 진땀…"부작용이 더 크다"

상법 개정안 연내 국회 처리 가능성 주요 16개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 “해외 투기자본 공격 우려 커진다”

2025-11-26     김명현 기자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재계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상법 개정은 이른바 '해외 투기자본 먹튀'를 조장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민주당은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개정안을 당론 추진한다고 밝혔다. 상법 개정을 통해 기업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식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재계는 상법 개정이 오히려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가로막아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보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야당이 연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주요 기업 사장단이 긴급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21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과 삼성·SK·현대차·LG 등 주요 16개 기업 사장단은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상법 개정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주요 그룹이 공동 성명을 발표한 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으로 인한 내수 침체가 이어지던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 사장단은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많은 기업은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시달려 이사회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지고, 신성장 동력 발굴에도 상당한 애로를 겪을 것"이라며 "결국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훼손되고 우리 증시의 밸류 다운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재계는 해외 행동주의 펀드들이 '주주 충실의무' 조항을 근거로 과도한 경영권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해외 행동주의 펀드는 늘어나는 추세이며,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에 긍정 평가를 내리고 있다. 때문에 상법 개정은 해외 투기자본이 국내 기업이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수단, 즉 '먹튀조장법'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지난 14일에는 경제8단체(한경협·대한상의·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중견기업연합회·상장사협·코스닥협회)가 "섣부른 상법 개정은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을 초래하고,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돼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훼손시키는 '해외 투기자본 먹튀조장법'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계는 기업의 사업재편 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소수주주 피해 방지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도 야당의 상법 개정안에 대해 "법적으로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일률적으로 포함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뿐 아니라 민주당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를 대상으로 분리선출 감사위원 인원을 현행 1명에서 2명 또는 전원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는 3인으로 구성되는 감사위원 중 최소 1인에 대해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제도다. 소액주주에게 유리한 집중투표제 역시 기업의 손발을 묶는 제도로 꼽힌다. 한경협은 최근 '지배구조 규제 강화 시 상장사 이사회 구성변화 분석' 보고서를 통해 감사위원 전원 분리선출과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도입되면 10대 상장사 중 4개사 이사회가 외국 기관투자자 연합에 넘어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특히 한경협은 감사위원 전원 분리선출 및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도입될 경우 국부 유출, 기업 경쟁력 하락 등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경협은 "자산 2조원 이상 분석 대상 기업 중 규제 도입 시 이사회가 외국기관 연합에 넘어갈 수 있는 기업의 자산 비중은 전체 상장사(4386조1000억원)의 13.6%(596조200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외국기관 연합이 이사회를 장악하면 배당 확대, 핵심자산 매각을 요구할 수 있다. 이는 국부 유출로 이어져 국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또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반 비용이 증가하면 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