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 속도…AI만 바라보는 통신3사는 '시큰둥'
추가지원금 상한 규정 폐지, 선택약정할인 전기법 이관…10년만에 폐지 포화된 시장, 늘어날 단말기 교체주기 증가… 가격 인하는 물음표
2025-11-26 김성지 기자
매일일보 = 김성지 기자 | 여야의 의견이 합치되며 2014년 제정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폐지 수순에 들어간다. 정부에서는 단통법 폐지를 가계 통신비 절감을 위한 카드로 선택했지만 정착 통신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있어 실제 영향은 미미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단통법 폐지안을 통과시켰다. 단통법 폐지안은 공시지원금 제도와 추가지원금 상한 규정을 폐지하고 선택약정할인을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하는 것이 골자다. 공시지원금은 약정을 통해 단말기 가격의 일부를 지원하는 금액이고 이와 별도로 대리점에서 할인하는 금액이 추가지원금이다. 단통법으로 인해 추가지원금은 15%로 제한됐다. 단통법 제정 전에는 대리점마다 추가지원금이 천차만별이었다. 상이한 추가지원금으로 인해 같은 단말기를 다른 가격에 구매하는 경우가 발생했고 결국 일부 소비자만 혜택을 보고 대부분의 소비자에게 그 부담이 가중됐다. 정부는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해 단통법을 제정했지만 10년간 통신사 간 경쟁을 막고 통신비 상승의 요인이라는 지적이 꾸준이 제기됐다. 단통법 폐지는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이르면 28일 본회의에 상정·의결될 전망이다. 정부는 추가지원금 상한을 없애며 통신3사간 경쟁 활성화를 유도해 가계 통신비를 낮춘다는 계획이지만 일각에서는 단통법 폐지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년 전과는 다르게 전 국민이 통신서비스에 가입된 상황으로 통신시장은 포화상태다. 또 배터리를 비롯해 전체적인 성능 향상으로 인해 단말기 교체주기도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43개월으로, 2014년 24개월에 비해 1.8배 가량 길어졌다. 현재 통신사들은 마케팅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현장 유지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마케팅 비용의 증가는 수익성 감소로 연결되는 만큼 마케팅 비용을 늘리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통신사들은 현상유지를 기조로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개선에 집중하는 만큼 마케팅 비용은 더욱 감소할 전망이다. 실제로 2023년 4분기만 해도 7858억원에 달했던 마케팅비용은 올해 3분기 7262억원으로 596억원 줄었다. 통신3사의 지난해 마케팅 비용 합계는 지난해 5833억원으로 2022년보다 725억원 감소했다. 전체적인 몸집줄이기도 진행중이다. SK텔레콤은 정년을 앞둔 직원들을 대상으로 퇴직 프로그램인 ‘넥스트 커리어’를 가동하고 있고 KT는 자회사 전출, 희망 퇴직을 통해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비용효율화를 통해 확보한 자원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같은 신사업에 투자한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5년간 2조4000억원을 공동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LG유플러스는 지난달 AX 전략발표회를 통해 2028년까지 1조3000억원 규모의 AI 투자 의사를 밝혔다. SK텔레콤은 연간 3000억원 규모로 AI에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10년 전에는 통신사들의 최대 관심사가 신규 가입자 확보였다면 지금은 AI 기술력 확보다”며 “통신3사가 AI의 비중을 늘리고 있는 만큼 단통법이 폐지되더라도 통신 마케팅 부분에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통신사들은 AI 사업을 구체화해 점차 신사업의 매출 비중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서울 가산 데이터센터에 엔비디아 GPU 기반 AI 데이터센터를 개소할 예정이며, KT는 내년 상반기 MS와 합작법인을 출범한다. LG유플러스는 하이퍼스케일급 데이터센터 ‘평촌 메가센터’에 국가데이터교환노드를 구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