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로 눈 돌린 은행 연체율 '쑥'
5대 은행 중기 대출 연체율 상승세
2025-11-26 성동규 기자
매일일보 = 성동규 기자 | 시중 은행들이 가계대출 성장 제한에 따라 기업대출로 영업 전략을 전환했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 둔화와 내수 부진으로 기업대출 연체율이 상승, 금융권의 새로운 위험 요소로 부상하고 있는 모양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 잔액은 9월 말 기준 825조188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7.5%(55조435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 폭(5.6%, 38조5577억원)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기업대출의 증가세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로 비롯됐다.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압박에 시중 은행들은 7월부터 일제히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 상품 금리를 인상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일부 가계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중 은행들이 가계대출에서 줄어든 수익을 기업대출로 만회하려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불경기 여파에 따른 경영난으로 중소기업 대출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이 낸 자료를 보면 9월 말 국내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52%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10%포인트 상승했다. 기업대출 중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04%로 낮지만 중소기업 연체율은 0.65%로 높은 수준이었다. 지난해와 견줘도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10%포인트 하락한 것과 달리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16%포인트 올랐다. 가계대출 연체율이 1년 사이 0.35%에서 0.36%로 0.01%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친 것과도 대조적이다. 은행별 중소기업대출 연체율(10월 말 기준)은 NH농협은행 0.88%, 하나은행 0.63%, 우리은행 0.49%, KB국민은행 0.47%, 신한은행 0.42% 순으로 나타났다. 전달과 비교해 0.02~0.12%포인트 높아졌다. 중소기업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기업대출 드라이브 걸던 은행들이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은 올해 하반기 영업점과 RM(기업금융전담)에 수익성이 낮은 기업대출을 확대하지 않고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우리금융지주도 4분기 적극적인 기업대출 건전성 관리에 나설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전영업점에 '그룹장 여신금리 전결권'을 연말까지 일시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사실상 기업대출 중단을 선언한 셈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대출 부실채권 규모가 올해 들어 급증한 것은 사실이나 현재로서는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며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앞으로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큰 만큼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